"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착각…1만시간 법칙은 틀렸다"
김영훈 연세대 교수가 쓴 '노력의 배신'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무쇠도 갈면 바늘이 된다….'노력'을 강조하는 속담과 격언은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마음먹고 열심히만 하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A씨는 '열심히 노력하면 잘될 것'이라는 부모 말을 철석처럼 믿고 자랐다. 똑똑했고, 성적도 우수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수학 시험에서 4등급을 받은 것이다. 그는 문제를 더 풀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삼각김밥을 먹으며 대치동 수학학원으로 달려가 새벽 2시가 넘도록 공부했다. 하지만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성적이 오르진 않았다. 그는 3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목고에 진학해 일주일에 50시간 이상을 수학에 투자했고, 하루 7시간씩 수학 공부를 했다. 시험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오면 '내가 쎈수학(수학문제집)을 세 번 볼 때 남들은 10번을 보겠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각오를 다졌다. 때론 밥도 굶어가며 수학 공부를 했지만 3등급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수능도, 내신도 그랬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 '아웃라이어'에서 누구든지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른바 '1만시간의 법칙'이다. 매일 3시간씩 투자해도 10년이 걸리는 엄청난 시간이다. A씨는 그에 준하는 노력을 했지만, 결국 목표를 이루진 못했다.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말씀은 거짓이었을까.
잭 햄브릭 미국 미시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1만1천135명이 참여한 88개의 연구를 분석해 2014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엄마·아빠의 말은 거짓에 가깝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노력의 관계는 90%도, 50%도 아니었다. 4%에 불과했다. 직설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것과 노력은 '거의'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연세대 김영훈 교수는 신간 '노력의 배신'에서 "어쩌면 최선의 노력으로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라고 말한다.
게임 분야(26%), 음악(21%) 분야보다도 학업에 미치는 노력의 영향력은 더 적었다. 햄브릭 교수의 결론은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믿는 것만큼 노력이 성공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재능과 비교한다면 노력의 자리는 초라할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노력은 성실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런 성격도 큰 범주에서는 재능의 영역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노력도 재능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노력의 효과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거의 다 가져간다"고 말한다.
이처럼 타고난 것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성격이나 체질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의 성격은 내가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할 확률도 지극히 낮다. 저자는 "노력이 생물학적 본능(체형·체질·식욕)을 이길 수 없다"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노력을 강조한다. "노력 신봉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다. 문제는 노력에 대한 이런 강조가 여러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악용된다는 것이다.
"굶어 죽든, 취직이 안 되든, 좋은 직장의 숫자가 적든, 최저 임금이 적든,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노력보다는 재능과 운, 특별한 환경으로 결정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도,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것도, 운의 영역인 만큼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고 패배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성공이 우연임을 잊지 말고, 성공했으면 운 좋게 혜택을 나누고,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며 한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개인에게 전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21세기북스. 56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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