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어뢰 전담부대 등장, 신형 무인기 성능 평가절하”…北 열병식 신무기 분석[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북한판 글로벌호크 ‘샛별-4형’, 북한판 리퍼 ‘샛별-9형’ 명명
무인기·핵어뢰 전담부대도 확인…무인기 외 새 무기는 없는 듯
김정은 양옆에 중러 대표 엄호하듯 자리…북중러 연대 강조
북한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인 지난 27일 평양에서 진행한 열병식에 절대병기 ‘핵어뢰’, 최신 무인기 2종,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 차륜형발사차량(TEL) 등이 처음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열병식 소식을 28일 전하면서 "새로 개발·생산되어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광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시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신형 무인기 2종은 미국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및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각기 유사한 형상이다. 조선중앙TV는 열병식 녹화방송 전 이들 무인기의 비행 영상을 내보내며 전략무인정찰기의 명칭을 ‘샛별-4형’, 공격형무인기는 ‘샛별-9형’으로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각각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 명칭에 들어간 숫자와 동일하다.
열병식에서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은 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형태로 4대가 포착됐다. 비행한 1대와 지상의 4대 등 최소 5대가 제작됐다는 의미로, 시험평가가 상당 수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 열병식에서 신무기로서 강조되었던 것은 무인기 2종이며 실제 시범비행까지 실시하면서 실제 능력을 갖춘 무기체계임을 강조했다"며 "북한은 신형 무인기에 심지어 샛별-4,샛별-9 등으로 이름을 지어 RQ-4, MQ-9를 대놓고 카피한 것임을 자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이는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미국의 첨단무기체계를 따라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외양이 유사하고 비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제 무인기의 엔진·센서 등이 미국과 동일하지 않으므로 기능까지 똑같을 수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 RQ-4 글로벌 호크는 20km 상공에서 30cm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으나 북한은 얼마전 발사 실패해 우리 해군이 인양한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에서 보듯이 탐지장비가 형편 없음이 밝혀졌다"며 "결국 북한 무인기는 미국·한국 등의 군사선진국의 기체 성능에 미칠 수 없으며, 앞으로 북한의 독자모델이 나왔을 때 개발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녹화방송에서 이 무인기를 실은 차량이 행진하는 장면에서 ‘다목적무인기종대’가 소개됐다. 공격형무인기 ‘샛별-9형’을 전담하는 부대로 보인다.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열병식 때 평양이 무인기 운용에 적합하지 않은 기상 조건이었다며 "비행이 강행된 것은 이번 행사를 과시하기 위한 핵심 위협 중 하나가 무인기 전력의 최신화였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24일 개발 및 시험 사실이 처음 공개됐던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도 트레일러에 실린 채 열병식 대열에 합류했다. 해일의 크기 규모 등 전모가 공개된 것은 이번 열병식이 처음이다. 방송은 ‘해일’ 추정 무기가 등장하는 순서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종대가 고도쳐 진군한다"며 "무자비한 징벌의 해일로 가증스러운 침략선들을 모조리 수장해버릴 공화국 핵전투무력의 중요한 초강력 절대병기"라고 소개했다.‘핵무인수중공격정종대’도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처음 언급된 것으로, ‘해일’을 전담해 운용하는 부대로 보인다.
양욱 연구위원은 "KN-24 미사일은 애초에 궤도형으로 개발돼 등장했으나 이번 열병식에서 차륜형발사차량에 탑재된 형태가 첫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최초로 소개된 전략무기체계는 없었으나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 등 핵무력이 강조됐다.
양 연구위원은 "이번 열병식에서 재래장비는 크게 축소돼 전차만 등장했다"며 "곧바로 전술핵무기(순항미사일 , KN-23, KN-24,해일 순서 ),무인기 (샛별-9, 다목적 무인기), 극초음속미사일, 전략핵무기(화성-18,화성-17 순서)들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열병식 대열의 마지막을 채웠다. 고체연료를 쓰는 최신 ICBM 화성-18형을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가 이끌고 들어섰다. 통신은 화성-18형을"우리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공화국 전략 무력의 가장 강력한 핵심 주력 수단"이라고 묘사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를 통한 전쟁억제력을 과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개된 무기체계들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무기 무인기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등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개발을 발표한 무기들로, 8차 당대회의 국방계획을 실행하는 5개년 국방발전계획이 의도된 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이 당과 김정은의 성과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렇게 막강한 무기체계 개발과 생산능력을 가졌음을 과시해 전쟁지원이 필요한 러시아에게 북·러 협력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열병식은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자리였다. 광장을 바라보고 김 위원장 오른쪽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왼쪽에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이 자리했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는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가 뒷배가 돼 든든히 엄호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열병식 본행사에 앞서 외빈 소개에서 쇼이구 장관이 리홍중 부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됐다. 북한은 러시아어와 중국어로 먼저 두 사람을 소개하는 등 한껏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가까이서 긴밀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리훙중 부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여러차례 포착됐다.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은 열병식 말미에 ICBM 화성-18형이 주석단 앞을 지나가자 거수경례로 경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의 의도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하고 있음을 외부에 보여준 것이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나 딸 김주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열병식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직전 2월 열병식에는 두 사람 다 참석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옆에선 현송월 당 부부장이 주석단 입장부터 퇴장까지 내내 보좌하는 모습이었다.
양 연구위원은 "이번 열병식에서는 김주애나 리설주 등이 등장하지 않고 김정은 -쇼이구-리훙충에 집중하도록 연출했다"며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난 70년간 북한은 계속 미국에 승리해 왔으며 러시아 중국과 함께 미국에 대항해나갈 것임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연구위원은 "여태까지 열병식의 열병지휘관은 통상 총참모장이 해왔지만 이번 열병식에서는 총참모장이 아닌 국방상이 열병지휘관으로 임했다"며 "이는 총참모장과 국방상의 위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개인에 대한 신뢰가 총참모장보다 국방상에게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추가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이번 열병식에서 신무기의 공개나 김정은의 개인 치적의 홍보보다는 북한의 정당성과 북·중·러 삼각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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