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 "혁신" 명낙 회동, 막걸리 2병 기울였지만 묘한 온도차

김성은 기자, 오문영 기자 2023. 7. 2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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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분위기 좋았다"지만 다음 만남 기약 없이 헤어져···이낙연 전 총리 향후 역할에도 '관심'
(사진 왼쪽부터)이낙연 전 국무총리, 윤영찬 민주당 의원, 김영진 민주당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잘 이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전 총리께서 많이 도와달라"(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담한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전 민주당 대표)가 세 번의 시도 끝에 28일 서울 종로 한 한식당에서 회동에 성공했다. 이 전 총리가 1년 간의 방문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말 미국에서 귀국한 지 한 달 여 만이다. 두 사람은 지난 11일과 18일 각각 만남을 추진했지만 호우, 수해로 인해 회동이 불가피하게 연기됐었다.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두 사람인 만큼 이번 회동과 나눌 이야기에 관심이 쏠렸었다. 이날 저녁 6시30분부터 시작된 저녁 자리는 이 대표가 준비해 온 꽃다발을 이 전 총리에게 귀국 환영의 의미로 전달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이날 만남 자리에 함께 했던 김영진 정무실장(의원)과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실제 네 사람은 이날 장수 막걸리 두 병을 비웠다. 이 전 총리는 막걸리 애호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 사람은 이날 8시30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만찬 회동을 했다. 이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에 대혀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이 역사적 소명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다만 총선 승리 외 두 사람이 내놓은 메시지에 따르면 강조점이 다소 달랐음이 감지됐다. 이 대표가 "당의 단합"을 내세운 데 비해 이 전 총리는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또 "민주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가져야하고 당내 분열의 언어를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투자 의혹' 등 사태가 연달아 터지며 그동안 홍역을 치렀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졌던 지난 2월 말 이후로는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수면위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소위 '개딸'(개혁의딸)이라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욕설과 비난이 쏟아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은경 위원장을 필두로 한 혁신위원회가 최근 출범·활동중인 가운데 혁신위가 그동안 내놓은 제안들을 두고 당내 파열음이 일기도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시 기명으로 투표하자는 안이나 불체포특권을 민주당 의원 전원이 내려놓자고 한 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총리의 등장이 갈등의 기폭제가 될 지, 당내 아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새로운 추진동력이 될 지 관심이 쏠렸다.

이날 회동이 이뤄지기 전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통화에서 "이번 만남은 그동안 있어왔던 당 내 갈등 확산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당을 다시 추스르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첫 만남인 만큼 공천이나 비명계 목소리 대변과 같은 민감한 주제들이 테이블 위에 오르기엔 시기 상조"라고 내다봤었다.

이날 회동 이후 떨어진 당 지지도가 오를 수 있을지도 향후 지켜볼 대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3일 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9%, 정의당 4%, 무당(無黨)층 31% 등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전주에 비해 2%p(포인트) 올랐고 민주당은 1%p 내렸다. 특히 민주당 지지도는 현 정부 출범 후 최저 수준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올해 3월 초 29%, 지난해 6월 말 28%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은 "양당 격차나 추세는 통계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오차범위 내 움직임"이라면서도 "최근 한 달간 흐름만 보면 민주당 지지도가 점진 하락세"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자연스럽게 이 전 총리의 민주당에 대한 향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편 이 대표와 이 전 총리가 식당을 나선 후 김 정무실장과 윤 의원은 한 시간 넘게 식당에 남아 대화를 복기하고 메시지를 정리했다.

윤 의원은 식당을 나서면서 이 전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역할을 할지에 관해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전·현직 민주당 대표가 다음 만남 일정을 정했는지 묻는 질문에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진=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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