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해외여행 훈풍 부는데 '파일럿' 파업 날벼락

김창성 기자 2023. 7. 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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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하늘길 열렸는데 날개 접은 조종사들①] 임금인상 요구하며 단체행동… 국제선 결항 등 고객 불편↑

[편집자주]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노조)이 눈총을 받고 있다.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여름휴가 성수기로 접어든 시점에 임금 인상을 이유로 스스로 날개를 접어서다. 파업을 예고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가 회사와 극적으로 잠정합의에 이르렀지만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합의가 번복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지난 6월 쟁의행위 발대식을 열었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해외여행 훈풍 부는데 파업 날벼락
②고용유지 지원 해줬는데… 상황 바뀌니 임금인상부터 주장
③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백기투항하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려던 고객들이 분통을 터트린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동조합(APU·노조)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일부 노선이 지연·결항됐기 때문이다.

조종사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임금 삭감을 감내했지만 코로나19 종식에도 회사의 처우개선 의지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아시아나항공도 대규모 누적 부채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선다.


성수기에 고객 볼모 잡은 파업 시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5월23~28일까지 치러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92.4%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 시켰다. 노조는 코로나19 기간 임금 삭감 등을 통해 조종사들이 희생했으니 이제는 회사가 보상해 줘야 할 차례라고 한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임금 삭감을 감내하며 버텼지만 돌아온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1~3월) 적자를 포함해 12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물러서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누적 총부채가 올 1분기 연결기준 12조8147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이긴 무리"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에 전년대비 47.7% 준 9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563억원을 기록해 27%(1조1466억원)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이 620억원으로 집계돼 적자 전환됐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시도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사진은 김포공항에 주기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가동률 증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연료 유류비, 정비비 등 공항 관련 비용이 늘어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줄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본격적인 성수기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유럽·일본·동남아 노선 확대에 나섰지만 조종사 노조의 단체 행동에 제동이 걸렸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1분기 당기순손실에 따른 수익성 회복 과제와 성수기 진입에 따른 여객 증가 기대감이 공존한 시점에 무리하게 파업 카드를 꺼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노조는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고 호소하지만 여름 휴가 성수기에 고객의 발을 묶은 행보는 문제가 크다는 시각이 많다.

노조는 7월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며 으름장을 놨다가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렀지만 아직 찬반투표가 남았다.


잠정합의 이뤘지만 아직 남은 찬반투표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현재 4년 치(2019~2022년)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선 3년(2019~2021년) 치 임금 동결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2022년 임금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2.5% 인상을 제시했지만 조종사 노조는 타 항공사의 임금 인상률이 1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극명한 입장차로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가 파업 강행을 예고하며 쟁의행위에 나서자 국제선 결항이 속출했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7월15일까지 국내선 8편이 결항했고 국제선 35편과 국내선 19편 등 총 54편이 지연(7월16일 기준)됐다. 7월16일에는 인천-호찌민, 호찌민-인천 국제선 노선에서도 첫 결항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단체행동에 여객기 지연 등이 속출했다. 사진은 지난 6월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전광판에 아시아나항공 노선의 지연이 안내 됐던 모습.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APU 쟁의행위 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나섰다.

노조를 향해서는 "이미 임금인상에 합의한 타 직군 노조와의 형평성 및 회사 재무 상황상 조종사 노조의 요구는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강 대 강으로 치달을 것 같았던 아시아나와 조종사 노조는 최근 임금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회사의 강경 대응과 여름휴가 성수기 고객을 볼모로 파업에 나선다는 조종사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의 단체행동은 이해되지만 시기적으로 불리했다"며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어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과 매출 상승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스스로 이를 등지는 행위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최근 제26차 교섭에서 임금 총액 2.5%(기본급+비행수당) 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임금인상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2.5% 인상 외에 비행수당 인상, 안전장려금 50% 지급, 등 부가적 복지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회와 찬반투표를 거쳐 8월 초 최종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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