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형사 사법절차 정상화’ 어디까지 왔나...수사준칙 개정 코 앞
”文정부 이전 모습 되찾아... 문제 개선 주력”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축소하는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안이 1년여 간의 논의 끝에 확정을 앞두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형사 절차가 문재인 정부에서의 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거의 되돌아간 셈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현재 개정 수사준칙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최종 협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1차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 부여됐던 수사 종결권을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종결권이란 말 그대로 수사기관이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2020년 이전까지 경찰은 수사를 자체적으로 종결할 권리가 없어 기소 의견이나 불기소 의견을 기재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했다. 그러나 전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해 수사를 끝내버리는 게 가능해졌다. 검·경을 상하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동시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번 개정 수사준칙에는 경찰의 이 같은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준칙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한 번 재수사를 요청한 건에 대해서는 다시 수사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법무부는 이를 개정해, 재수사 요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경우 검찰이 사건을 다시 넘겨 달라고 경찰에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경찰의 수사 종결권 강화 때문에 부작용이 컸다며 대체로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서는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하고 경찰도 고소장을 반려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불송치 결정 가능성이 커보이니 (사건을) 아예 받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수사권 조정이 이른바 ‘검찰 힘빼기’ ‘비대해진 경찰 견제’ 등 국가 기관을 바꾸는 데만 초점을 뒀다 보니, 정작 이 시스템을 이용할 국민의 편의는 등한시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소·고발 사건의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처리 과정도 복잡해졌던 건 맞다”면서 “법무부와 행안부의 최종 합의안이 사건 처리 지연 등 문제를 해결해 국민 편의를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수사·제도 허점도 해결... 형사 절차 제자리 찾나
이번 개정안에는 경찰의 수사 종결권 축소뿐 아니라 선거 수사 관련 규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시효 만료 3개월 전’까지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 짓기 어려울 경우, 검찰에 이를 알려 수사 방향을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지난해 선거 이후 경찰에서 공소시효 일주일을 남기고 검찰로 넘어온 사건이 수백건에 달한다”며 “개정이 이뤄진다면 사건 처리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 협의체는 이번 수사준칙을 마련하면서 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 정비’의 일환으로 검찰과 법무부,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검·경 협의체를 운영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개정 준칙은) 특정 기관의 권한을 키우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며 “고소장 반려, 사건 지연 등 문제들이 지적된 상황에서 검·경이 협력해 어떻게 하면 수사가 조금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앞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맞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만든 데 이어 개정 수사준칙까지 마련한 만큼, 사법 시스템이 검·경 수사권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법무부는 아직도 개정할 게 남았다는 입장이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경찰이 불송치를 결정하면 고발인이 이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간 지적돼 온 모든 문제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며 “차근 차근 고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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