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용화 감독이 탐사한 극장의 이유
"극장에 와야만 하는 이유 생기도록"
"선이 굵은 드라마, 압도적인 비주얼"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달을 탐사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발사체를 시뮬레이션 하고 훈련을 거듭하는 모습은 어딘가 김용화 감독과 닮아 있다. "관객들이 극장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는 김 감독은 5년간 한국형 우주 SF 영화의 정점을 만들기 위해 몰두했다. 광활한 우주의 생생함을 눈앞에 펼칠 기술력은 성장했고, 김용화 감독표 휴머니즘 드라마가 더해져 영화 '더 문'이라는 지점에 도달했다.
김 감독에게 '더 문'은 단순한 도전이 아닌, 확실한 그림이었다. 쌍천만 흥행 신화를 쓴 영화 '신과 함께'로 자신감이 붙은 그는 '이야기는 심플하게, 기술적 완성도는 극장 아니면 체험할 수 없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작업에 돌입했다.
그의 말처럼 '더 문'의 얼개는 단순하다. 대한민국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는 홀로 달에서 조난을 당하고, 지구에 남은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나사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문영(김희애) 등이 힘을 합쳐 선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대신 용서를 통해 얻어지는 위로라는 진한 메시지가 무게를 더한다.
"'신과 함께'는 산만하잖아요. 여러 가지 공간 속에서 미션이 있는데 하다 보니 저도 지친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끌고 가야 하는데 이야기가 산으로 가면 안 되고 영화는 복잡해지고. 그래서 선이 굵은 드라마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어요."
황홀한 비주얼과 사운드는 특수관에서 관람하면 극대화된다. 아이맥스(IMAX)로 시사한 '더 문'은 실제 우주에 온 듯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김 감독도 아이맥스로 첫 시사를 하고 4K 해상도에 크게 놀랐다.
"아이맥스가 31m예요.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 크기에서 놀랄 정도로 좋았어요. 보통 영화는 4K로 찍지만 여러 공정상의 이유로 2K로 다운그레이드 하거든요. 그래서 2K로 작업을 하는데 우리는 6.5K로 찍었고 4K로 작업했어요. VFX(시각특수효과)도 4K로 작업했고요. 기존의 다른 영화들보다는 실제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신과 함께'를 끝내고 곧바로 '더 문' 작업에 들어갔다는 김 감독은 "4~5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후반 작업은 타 영화의 3배 정도인 약 1년 6개월이 걸렸다. 예산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확신과 자신이 있었기에 도전했다.
'더 문'의 제작비는 280억원으로, 할리우드 SF 영화 '그래비티'의 제작비가 1000억원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간소하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이 정도 예산을 갖고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려면 '다이내믹한 샷'을 많이 늘려내는 것보다 샷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고품질로 올려서 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면, 할리우드 영화를 넘을 수는 없어도 비견될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전략이 있었다"고 했다.
"해상도도 받쳐줘야 하지만 장면에 충격이 나왔을 때는 파티클(particle·입자)이 튀는 걸 일일이 사람이 그릴 수 없거든요. 아티스트와 엔지니어가 결합해서 지구 중력의 6분의 1만큼 돌덩이의 떨어지는 속도를 얼마만큼 사실적으로 구현하는가가 이슈였어요. 10년 전만 해도 감히 이런 걸 시도했을까 했는데 '신과 함께'를 끝나고 자신감이 붙었어요. 유성우 장면 효과의 가장 큰 부분은 파편화된 입자들이에요. 사전 작업을 하고 충분히 해도 되겠다는 판단하에 들어갔어요."
'더 문'의 러닝타임은 129분. 김 감독은 "2시간 동안 몰입감이 높은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한정된 배경과 단순한 구조 때문에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15분에 한 번씩 감정적 또는 비주얼적 충격을 줬다.
"구조적으로는 마지막 후반부 40분 하이라이트가 다 들어가야 돼요. 거기까지 잘 빌드를 하는 건데 객관적 드라마든 주관적 드라마든 잘 쌓이려면 앞쪽의 빌드가 잘돼야 해요. 어렵게 풀기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이고 정서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들을 앞쪽으로 채우자고 했어요. 그런 부분이 차별화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게 한 방점은 배우들이다. 홀로 고립된 상황에서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채운 도경수는 김 감독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무중력 상태를 연기하기 위해 우주복에 와이어 6줄을 채우고 액션을 한 것도 도경수니까 가능했다.
"도경수의 배우로서 큰 장점은 감정 이입이 쉬운 거예요. 도화지 같아요. 주연으로 캐스팅할 때 도경수가 인지도는 높았지만 영화 주연으로서의 신뢰도가 그렇게 높다고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 친구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죠. 인지도가 매우 놓고 선호도도 있지만 영화로서 아직 이미지가 구체화되지 않은 배우.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공고하면 이런 영화에서는 안 맞거든요. 근데 어떤 부분에서는 배우가 덜 표현했을 때도 여러가지 느껴지는 심상이 있잖아요. 도경수가 하면 그 사람 같더라고요."
존경하는 배우 설경구, 김희애와의 작업은 행복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야기 특성상 세 배우는 대면하는 것 없이 각자의 장소에서 연기한다. 김 감독은 "보통 상대방이 먼저 연기한 걸 보여주는데 배우들이 그렇게 안 해도 되겠다고 하더라. 내가 대신 카메라 앞에 앉아서 상대역을 해줬다"며 "편집을 해보니 세상에 모든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세 명의 감정이 오가는 걸 보고 확 놀랐다"고 했다.
김 감독은 관객들이 굳이 극장에서 안 봐도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와 이제 결승선 앞에 섰다. 관객의 니즈에 맞는 결과물인지는 극장에 걸린 뒤 밝혀지겠지만,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도전은 그만하고 싶다. 충분히 했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아내도 "도전은 이제 그만"이라고 할 정도다. 차기작은 다시 '신과 함께'지만 다른 형태의 작품도 생각하고 있다.
"소프트한 것도 해보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직접 써서 참사가 자꾸 벌어지고 있는데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으니까 체크 받아서 다시 '미녀는 괴로워' 같은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기획도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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