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거장의 숨결이 스며든 한 잔’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클라렛

유진우 기자 2023. 7.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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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다.

와인은 사랑이자, 그 자체로 한편의 단막극이며

모아 놓으면 드라마가 된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거장(巨匠)이라는 훈장은 쉽게 얻을 수 없다.

거장이 남긴 작품은 항상 여운을 남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역시 그렇다. 1972년 코폴라가 선보인 ‘대부(godfather)’ 1편은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영화는 여전히 ‘이 시대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회자된다.

세계 최대 영화정보 사이트 IMDB에 따르면 대부 1편은 이달 1일 기준 쇼생크탈출에 이어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IMDB는 관람객들이 매긴 별점을 기준으로 역사상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 순위에 오르려면 최소 2만5000명이 평가한 점수가 필요하다.

4위는 코폴라 감독이 1974년 선보인 대부 2편이다. 10위 안에 두 작품을 올린 감독은 오로지 코폴라뿐이다. 대부 1편과 2편은 개봉한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영국 유명 영화 전문지 ‘사이트앤사운드’ 인터뷰에서 대부 시리즈가 인기를 끈 세가지 비결을 밝혔다.

첫번째로 그의 영화에서 나오는 마피아 콜레오네 가족이 그 자체로 미국을 통찰력있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작품 속 마피아와 미국은 세 가지가 닮았다.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과 무자비함. 하지만 스스로를 매우 자비롭다 생각하는 위선적인 모습이다.

두번째로는 촬영 방식을 꼽았다. 대부 시리즈가 나온 1970년대 초반은 미국 영화계에 ‘아메리칸 뉴웨이브’ 바람이 불어닥쳤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헐리우드는 히피 문화가 장악했다. 영화계에는 이전 촬영 기법과 각본을 혐오하는 시선이 만연했다. 그러나 코폴라는 가장 고전적인 시점 이동 방식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관객들은 익숙한 카메라 움직임 덕분에 영화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래픽=정서희

마지막 장점은 생생함이다. 대부는 마리오 푸조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바르지니와 협상을 주선하는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이 배신자다’ 같은 대사는 결코 책상에 앉아만 있던 사람은 쓸 수 없는 문장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사이트앤사운드 인터뷰

대부 시리즈는 그에게 경제적 성공을 가져다 줬다. 그는 이 돈으로 경매에 참가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자리한 유명 와이너리 잉글눅 포도밭 대부분을 낙찰받았다. 이 와이너리는 지금도 나파밸리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다.

코폴라는 와이너리를 인수한 이후에도 지옥의 묵시록, 컨버세이션과 같은 굵직한 작품을 내놨다. 그러나 대부만큼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이들 작품은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들은 대부 시리즈만큼 열광적인 성원을 보내지 않았다.

점차 흥행 보증수표에서 거리가 멀어지자, 코폴라가 감독하는 작품 수 역시 급격히 줄었다. 1990년까지 그는 18개 영화를 감독했다. 그러나 이후 현재까지 33년 동안 감독한 영화 수는 6개에 그친다. 그나마도 2011년 이후에는 아직 한 작품도 나오지 않았다.

영화 대신 코폴라는 와인 만들기에 몰두했다. 그는 100달러(약 13만원)가 넘는 고가 와인을 주로 만드는 잉글눅 와이너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부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그가 만든 와인을 마시길 원했다.

그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 지역에 있던 한 와이너리를 인수해 프란시스 코폴라 와이너리를 세웠다. 이 와이너리는 잉글눅 와이너리보다 6분의 1이상 저렴한 와인을 주로 만든다.

코폴라는 프란시스 코폴라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에 대부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 와이너리는 가장 미국적인 와인을 추구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 여러 지역 포도를 두루 사서 섞는다. 대신 맛있게 만들 수만 있다면 독특한 품종을 넣는 새로운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클라렛은 프란시스 코폴라 와이너리의 대표 레드와인이다. 2020년산 이 와인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유명 품종 외에도 프티 시라와 세갈린(Segalin)처럼 이 지역에서 다루지 않는 포도를 혼합해 만들었다.

포도를 고르는 방식은 색다를지언정, 양조 방식은 지극히 고전적인 방식을 추구한다. 1970년대 미국 영화계에 아메리칸 뉴웨이브 바람이 불었듯, 현재 미국 와인업계에는 새로운 포도 농사법 혹은 숙성 과정에서 인위적인 맛을 더하는 공학적 방법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프란시스 코폴라 와이너리는 프랑스산 참나무통과 미국산 참나무통을 오가며 12개월 숙성하는 전통적인 미국 양조 방식을 여전히 유지한다. 현학적이고 복잡한 설명 역시 배제한다. 소비자에게 와인 설명은 간단한 그림 몇 가지로 대신한다. 향기에는 블루베리와 바닐라 그림을, 맛에는 자두와 후추, 코코아 사진을 넣는 식이다.

이 와인의 마지막 장점 역시 생생함이다.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클라렛은 진득한 다른 나파밸리 레드와인보다 여리고 맑다. 도수도 2도 정도 낮은 13도에 머문다. 당도를 절제해 풍성하고 진한 과실미 대신 부드럽고 푸릇푸릇한 신선함을 살린 덕분이다.

코폴라는 그 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와인 스타일이 “언제 마셔도 신선하고, 우아하면서, 와인의 맛과 향이 오래 입안에 남는 여운이 긴 와인”이라며 “결국 모든 위대한 것들은 정제된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클라렛은 코폴라 본인이 아르헨티나식 소갈비와 즐겨 마시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 와인은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와인 부문 6만~10만원 부문서 대상을 수상했다. 수입사는 레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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