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30분 장 마감, 끝난게 아니다”... ‘시간외거래’ 피로 누적 호소하는 개미들

연선옥 기자 2023.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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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감 후 나오는 소식 실시간 반영해 거래

이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필에너지 일반청약에 참여한 직장인 A씨는 상장 당일 주가가 230% 넘게 급등하자 투자 성과를 자축했다. 그런데 이날 장이 마감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필에너지가 상장하기 전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해당 물량을 대거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공시가 오후 늦게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당일 시간외거래로 보유 물량을 모두 처분한 A씨는 다음날 시장이 열린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5일 필에너지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다. 이후에도 연일 하락해 28일 현재 필에너지 주가는 6만원대로 고점대비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A씨는 “정규장이 끝났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게 됐다”며 “장 마감 이후 6시까지, 또 다음날 장이 열리기 전부터 일찍 관련 뉴스를 챙겨보는 게 습관이 됐다”라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3시 30분까지 열리는 정규장이 시작되기 전인 8~9시, 장 마감 이후인 오후 3시 30분부터 6시까지 이뤄지는 시간외거래를 챙기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규장이 열리지 않는 시각, 실적을 포함해 상장사가 직접 발표하는 중요한 경영 사항이나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주식을 매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일러스트=손민균

지난 20일, 정규장에서 SK케미칼은 0.46% 하락 마감했지만, 시간외거래에서 10% 가까이 상승했다. 회사가 이날 장 마감 이후 4시 40분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당뇨복합제 ‘시다프비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자 시간외거래에 매수세가 몰렸다.

통상 SK케미칼의 정규장 거래 비중은 98~99%인데, 지난 20일에는 정규장 거래 비중이 72%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시간외거래 비중이 늘었다는 의미다.

같은 날 HMM의 시간외거래도 크게 늘었다. 장 마감 후 산업은행이 HMM의 매각 작업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와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해 구주와 함께 매각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영향이다.

시간외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코로나 사태 이후 뚜렷하게 확인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일평균 시간외 거래대금은 600억원 안팎이었지만, 2020년 이후 시간외 거래대금이 일평균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대량 매매인 블록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외거래는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이뤄진다. 정규장과 비교하면 거래 규모가 매우 작아 시장의 가격 결정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은 시간외거래를 꺼린다. 국내 증시에서 시간외거래는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하는 종가매매와 10분 단위로 종가의 ±10% 범위에서 매수·매도물량을 한꺼번에 매매하는 단일가매매, 대량·바스켓 매매 등 3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규장이 아닌 시각에도 비교적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현금성 자산의 30%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직장인 B씨는 “시간외거래가 활발하다는 사실을 안 이후에는 장이 마감되고도 주식창을 들여다보게 된다”며 “사실상 하루 종일이라 피곤하다”라고 말했다.

시간외거래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터넷 주식 게시판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C씨는 최근 한 코스닥 종목에 대해 “시간외거래 상한가. 개장 직후 급등 예상. 놓치기 전에 물량 확보하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 실제로 해당 종목은 시간외거래에서 상한가를 쳤지만, 다음날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적은 시간외거래의 특성상 작은 규모의 매매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데, 이를 빌미로 매수세를 유인해 소위 ‘작전’에 활용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외거래는 매매 편의를 높이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정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간외거래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부 개인 투자자가 소규모 물량을 매매해 가격을 크게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간외거래에서 변동하는 가격은 정규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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