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보수체계·조직문화·의식수준 시대에 뒤떨어져… 전방위적 변화 필요"

이현동 기자 조아서 기자 2023. 7.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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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공직사회 개혁⑤·끝] 공공조직, 활력 떨어지고 문화 경직
"보수 높이고 워라밸 보장해 개인 사기 올려야… 의회 제기능도 중요"

[편집자주] 공직사회가 낙후된 민간조직의 문화를 이끌고 사회 전반에서 개혁을 주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민간의 경쟁력이 공직사회를 앞서나가며 공직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공직사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싣는다.

인제대학교 행정학과 오세희 교수(왼쪽)와 부산대학교 행정학과 김용철 교수./뉴스1 이현동·조아서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이현동 조아서 기자 = 공직(公職). 사전적 의미로 ‘국가 기관이나 공공 단체의 일을 맡아보는 직책이나 직무’를 뜻한다. 다시 말해 공직은 ‘사적인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다.

공직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 조직문화에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지역 사회, 그리고 사회구성원을 위해 일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 청렴함 등이 두루 배어있어야 하며 민간영역을 뛰어넘는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공직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쌓이고 쌓인 관습·관행, 부패하고 나태해진 의식, 정체된 조직문화, 그리고 관성에 얽매여 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 등이 뒤섞여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행정학 전문가들은 공직사회의 주요한 문제점으로 △충분하지 못한 보수 체계 △공직 구성원들의 무사안일·부패한 의식 수준 △과도한 법적 책임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MZ세대’의 등장 등을 꼽는다.

인제대학교 행정학과 오세희 교수는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공공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고, 조직문화가 경직돼 있다. 이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려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만든다”며 “민간 기업에 비해 낮은 보수체계는 구성원들의 근로 의욕과 적극성,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자율성·능동성도 저하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성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이른바 ‘MZ’로 불리는 세대의 등장도 원인 중 하나”라며 “MZ는 공익과 사익의 균형, 일과 삶·가정의 균형을 추구한다. 따라서 공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관의 색이 공조직에서 점차 옅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의 이런 생각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부산대학교 행정학과 김용철 교수는 공공 행정을 집행하는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행정을 사회문제의 해결 과정이 아니라 권력 집행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즉 ‘책임행정’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행정이 국민의 삶과 거리가 있게 되면 ‘봉사하는 행정’이 확립되지 않는다. 공무원들도 그저 ‘무사안일’을 추구하며 면피에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조직은 이윤추구가 최우선 목표인 사기업과 달리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책임 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사적 이익 추구, 이권 확보 등의 이유로 이런 봉사행정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예를 들어 공직자 부동산투기 사건의 경우는 개인이 사적 이익을 밝혀 조직의 부정부패로 확대될 수 있는 경우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부정부패가 공직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은종환 교수(왼쪽)와 동아대학교 행정학과 한세억 교수./뉴스1 이현동·조아서 기자

공직사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온 건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이 수만 명씩 늘어나면서도 조직문화와 의식수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공직사회가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국민을 위해 일하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이 되는 날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해 인사혁신처 의뢰를 받아 공무원 조직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힌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은종환 교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공조직 개편 방안으로 보수 인상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확립을 꼽았다.

은 교수는 “공조직의 특성상 보수체계 개편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단기간에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인 건 맞다”며 “공무원 연봉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금씩 오르는 것 말곤 안 오른다. 적은 돈을 받으며 힘든 일을 하는데 MZ들이 ‘일할 맛’을 느낄 리가 없다. 연쇄적으로 자부심·전문성·열정 등이 떨어지고 좌절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한 후 충분히 쉴 수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인력을 늘리거나 복지 혜택을 늘리는 등 휴식을 확실히 보장하고 근무하기 수월한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또 이들이 민간 기업 등 비슷한 다른 사회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는 다양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아대학교 행정학과 한세억 교수는 정부의 감시와 견제를 담당하는 지방의회의 제 기능을 주문했다.

한 교수는 “지방자치는 수직적인 정치권력을 수평적으로 지방분권화 시켜 시민의 민주적 정책 참여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기초의회가 오히려 행정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지금, 산업시대의 관료제 이념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전환의 흐름을 직시하고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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