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호텔 맡긴 강아지 하루 만에 주검으로
켄넬 안 강아지 열사병으로 죽어..."특별 서비스라더니"
14시간 중 6시간 켄넬 속에서...2시간 넘게 에어컨 끄고 켄넬에 이불 덮어
업체측 '감기 우려·불안감 줄이려' 해명...SNS 사과문 통해 "잘못 인정"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반려동물호텔 이용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제주에서 호텔에 맡긴 반려견이 하루 만에 주검으로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주에 정착한 대표적인 가수이자, 유기동물 관련 활동을 하며 여러 마리의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장필순씨는 지난 24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족의 병원 진료를 위해 다른 지역에 갈 일이 있었던 장씨는 반려견 전용 호텔에 맡긴 그의 반려견 '까뮈'가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사인은 열사병 소견.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반복되는 한 여름, 이불 덮인 켄넬 속에서 사실상 수 시간 동안 방치돼 위중한 상태에 빠졌고 결국 영영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분리 불안이 있는 까뮈를 위해 함께 맡긴 다른 강아지 2마리와 달리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24시간 관리하는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이용했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서비스는 일반 가정집처럼 밤에도 강아지와 함께 잠을 자는 등 관리를 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해당 업체 측이 SNS에 올린 사과문 내용을 종합해 보면, 까뮈는 일요일인 지난 23일 오후 5시쯤부터 위중한 상태가 된 이튿날 아침 7시 30분 사이에 약 6시간 정도 켄넬 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더욱이 업체 측은 장씨가 강아지를 맡긴 날 저녁 6시부터 밤 8시 50분쯤까진 가족 모임이 있어 강아지를 담은 켄넬을 차 안에 사실상 방치해 뒀습니다. 차량의 에어컨과 라디오를 틀고 중간에 한 번 강아지의 상태를 점검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입니다.
이후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잠을 잤고, 이튿날 새벽 5시경 전날 먹은 음식이 잘못됐는지 배탈이 나서 2시간 20분가량 화장실을 오갔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밤새 튼 에어컨 때문에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아 강아지가 감기에 걸릴까봐 에어컨을 끄고, 강아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강아지를 켄넬 안에 두고 그 위에 사계절용 이불을 덮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입니다.
나중에 켄넬 안에 있던 강아지의 의식이 흐릿해진 것을 발견한 업체 측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응급처치를 하며 동물병원으로 강아지를 옮겼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는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까뮈의 귀 부분에선 열사병의 전형적인 증상인 열꽃이 발견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업체 측이 주장하는 정황을 입증할 자료는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심지어 업체 측은 강아지를 차 안에 혼자 두고 식사를 하고 있던 순간인 지난 23일 저녁 7시 20분쯤에도 장씨에게 시설에서 강아지들이 모습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이 휴대전화를 통해 전송했습니다.
장씨는 이 사진들에 대해 "누가 봐도 그 시간에 강아지들이 놀고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에 대해 묻자 업체 측은 앞서 다 보내지 못한 사진을 그때 보낸 것이라고 장씨 측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씨가 업체 측의 전화를 받은 것은 24일 오전 10시 40분쯤. 당시엔 이미 상태를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장씨는 분리 불안이 있던 까뮈를 위해 집과 거리가 있어도 관리를 잘하기로 알려진 업체를 찾아 맡겼는데 이런 사단이 났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장씨에 따르면, 까뮈는 분리 불안이 있긴 했지만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였다고 합니다. 싸우는 강아지가 있으면 그 사이에 들어가 말리는 등 활달한 성격이었다는 것.
"현장에 갔는데 너무 귀여운 어린 강아지가 갑자기 신발 위에 턱 앉는 거예요...차 문을 여니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자리를 잡더라고요. 10일 전쯤 '콩이'라는 친구가 나이가 들어서 떠났는데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지난 2014년 여름, 장씨는 제주시 애월항 인근에서 유기된 어린 강아지를 구했는데, 신발 위에 앉아 너무나 살갑게 굴었던 그 강아지를 결국 떼어내지 못하고 함께 생활하게 됐습니다. 그 강아지가 까뮈입니다.
장씨는 "반려견은 누구에겐 자식이고 혈육"이라는 말로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습니다.
장씨는 유기견에 관한 활동만 줄곧 해왔는데 시야를 넓혀 이러한 사례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내려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장씨는 "유기견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반려견 문화에 대해서도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업체 측은 이 일이 발생한 후 며칠이 지난 27일 새벽쯤 SNS에 올린사과문을 통해 자신들의 무지와 부주의, 안일한 행동으로 까뮈가 죽었다며, △시설내 24시간 상주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점 △3시간 가까이 횟집에서 식사를 할 때 보호자 동의 없이 켄넬에 있는 까뮈를 차에 홀로 둔 점(에어컨과 라디오 켰다고 주장) △이튿날 새벽 2시간 넘게 화장실을 오간 상황에서 까뮈를 켄넬에 넣어둔 점 △당시 까뮈가 들어간 켄넬에 얇은 이불이 아닌 사계절 이불을 덮은 점 등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업체 측은 JIBS에 "저희가 입장을 밝히는 것 또한 보호자님께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너무 죄송하다"며 "SNS에 저희가 업로드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씨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