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 아들 잃고… 빈민국 아이 121명 후원
2020년 6월 어느날 황태환(32) 에이치유지 대표는 병원 응급실에서 둘째 아들 이준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의 손은 차갑기만 했다. “마지막 인사 하세요.” 옆에 있던 의사가 권했으나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급성 심장병으로 구급차에 실려온 아이는 수차례 심폐소생술에도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 여전히 하얗고 포동포동한 얼굴을 바라보며 황 대표는 누구에겐지 모를 분노를 터뜨렸다. “이 애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폐인처럼 지내다 한 달 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인스타그램(’하준파파’) 팔로어 22만명인 황 대표는 선한 영향력을 주제로 강연해 달라는 청탁을 취소할 수 없었다. 황 대표는 강연 중 이준이 얘기를 꺼냈다. “사실은 제가 한 달 전에 아들을 먼저 보냈다”며 “이준이의 짧은 생이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했다. 영상은 금세 화제가 되며 32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황 대표가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을 통해 아이들을 후원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당일로 후원자 1000명이 늘었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황 대표는 “제가 잘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에 시작한 후원이었는데, 요즘은 아이들을 통해 제가 더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가난이 무서워서”였다. 황 대표는 어린 시절 부친의 사업 실패로 당일 끼니를 걱정하는 집에서 자랐다. 8년 전 결혼할 때만 해도 돈만 목표였다. 사업을 시작하며 신(神)에게 다짐했다. “돈을 벌면 아이들을 돕겠습니다”. 의무감에 20명을 돕기 시작했다.후원하던 부르키나파소 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을 받고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내 자식도 아닌데 돈이나 더 주자 싶었어요. 둘째를 잃고 마음을 고쳐먹었죠.후원 아동도 늘어 121명이 됐어요.다시 만날 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거든요.”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다며 교회 화장실 청소를 도맡았다. 화장실 바닥을 씻고 닦다 헝클어진 머리로 나서는 어머니를 보며 황 대표는 존경심을 새겼다.
황 대표는 최근 무보수로 다큐멘터리 영화 ‘아버지의 마음’(감독 김상철)에 출연했다. 탤런트 신애라씨가 내레이션을 맡은 영화는 아들을 잃은 황 대표가 아버지를 잃은 르완다 청년을 만나 마음을 털어놓는 줄거리다. 개봉 8일째인 28일 현재 2만명 가까운 관객을 기록하고 있다. 다큐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이다.
황 대표에게는 ‘큰 꿈’이 있다. “저는 다음 생을 믿습니다. 열심히 살아서 다시 이준이를 만나 듣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빠, 내가 다 봤어. 아빤 최고였어.’”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