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영웅들에게 추억 선물하는 네덜란드인 유튜버

김예랑 기자 2023. 7. 29. 04: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늑튼씨, ‘참전 용사 시리즈’ 제작
지난달 네덜란드 출신 유튜버 바트 반 그늑튼씨(왼쪽)가 6·25전쟁에 참전한 헤르만 레핑씨(가운데) 부부와 찍은 사진. 그는 2019년부터 6·25전쟁 참전 용사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바트 반 그늑튼

네덜란드인 바트 반 그늑튼(31)씨는 지난 2019년 네덜란드 그라베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 얀 아츠씨를 만났다. 어릴 적 친구의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6·25전쟁 얘기를 인상 깊게 들었던 그는 성인이 된 뒤 참전 용사의 육성을 기록으로 남기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91세였던 아츠씨는 그가 만나 기록한 첫 6·25 참전 용사였다. “친구가 6·25전쟁에 파병됐고, 그를 따라 이역만리 한국에 가게 됐다”고 증언했던 아츠씨는 만남 3개월 뒤 숨졌다. 그늑튼씨는 “이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늑튼씨는 이렇게 시작한 ‘6·25전쟁 참전 용사 시리즈’를 4년 전부터 자신의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네덜란드, 미국 등 전 세계 6·25전쟁 참전 용사 약 20명을 만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25일 만난 그늑튼씨는 “현지에서 만든 한국 음식과 간단한 기념품만 들고 가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참전 용사들이 진심으로 기뻐했다”며 “자신들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늑튼씨는 2021년 1월에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딕 헤르만(당시 93세)씨와의 만남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6·25 참전을 자원한 헤르만씨는 한국이 열대 지방인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헤르만씨는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은 항상 불에 타고 있었고, 모든 것이 암울했다”며 “1974년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것이 새로 지어져 알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숨지기 1년 전인 1992년 한국에 재방문했을 때도 변한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그늑튼씨는 참전 용사가 대부분 90대이기 때문에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영상을 만든다고 한다. 그가 처음 만들었던 아츠씨의 영상은 조회 수 290만회를 기록 중이다. 국가보훈부는 공로를 인정해 지난 4월 그늑튼씨를 ‘정전 70주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우리 정부에서 초청한 참전 용사 가족을 인터뷰하는 일도 주어졌다고 한다. 그늑튼씨는 “참전 용사들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받는 예우에 감격스러워할 때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인연이 쌓이다 보니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도 많아졌다. 참전 용사 시리즈 인터뷰를 시작했던 2019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했다. 그는 유튜브 ‘아이고바트(iGoBart)’에 참전 용사의 얘기는 물론 K팝을 소개하거나 한국 여행지를 소개하는 콘텐츠도 올리고 있다. 그늑튼씨는 한 해의 절반은 한국에 머무른다고 한다.

그늑튼씨는 “인터뷰를 요청한 이들 대부분 고령의 노인이어서 건강 문제가 있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걸 힘겨워해 인터뷰를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노병들은 대부분 6·25전쟁 참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지난달 네덜란드 즈볼러에서 인터뷰한 헤르만 레핑(97)씨는 자신을 만나러온 그늑튼씨에게 오히려 홍삼차를 대접했다고 한다. 그는 6·25전쟁 당시 해군으로 복무하며 동해에서 전투를 벌였다. 레핑씨는 “한국인들이 자신에게 선물을 주거나 감사하다고 말할 때가 많아 인상 깊었다”고 했다. 레핑씨는 “하지만 인사를 받을 때마다 나는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며 “내 일을 한 것뿐이지 않느냐”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