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열정적인 여인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늙어갈 생각이고, 그러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하이힐, 다이어트, 멍청한 사람들을 꾹꾹 참아내기와는 영원히 작별했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싫다’고 말하는 법도 배웠다. 나는 지금의 삶이 정말 좋다. 그렇다고 치열한 전투 후의 휴식 같은 삶을 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몸과 마음에 뜨거운 열정을 지속적으로 간직하는 것이다.”
이렇게 적은 이는 이사벨 아옌데(81). 메릴 스트리프 등이 주연한 빌 어거스트 감독의 영화 ‘영혼의 집’(1993) 원작자인 칠레 소설가입니다. 78세 때 쓴 산문집 ‘사랑하는 여자들에게’(시공사)에서 아옌데는 ‘열정’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억누를 수 없는 열의, 넘치는 에너지, 어떤 사람 또는 사안에 대한 결연한 헌신이다.”
그는 젊은 시절에도 무척 열정적이었지만, 문학적 ‘야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여성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야망이란 건 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칠레의 근대사를 다룬 첫 번째 소설 ‘영혼의 집’이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70대에 만난 세 번째 남편을 여전히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아옌데는 작품의 인기 비결 역시 ‘열정’에서 찾습니다. “내 소설 속 거의 모든 여주인공들은 열정적이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사전적 의미로 강박적 또는 위험한 행동을 감행할 줄 아는 그런 여성들에게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평온하고 안전하기만 한 삶, 그런 삶은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없다.”
여전히 습하고 뜨거운 날씨. 더위를 잊고 몰두할 만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아옌데의 책을 펼쳐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마술적 사실주의’가 그려내는 열정적인 여인들을 만나보세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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