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끝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오에 겐자부로의 마지막 소설

이영관 기자 2023. 7. 2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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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양식집

만년양식집

오에 겐자부로 지음 |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372쪽 | 1만7000원

생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순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1935~2023)가 2013년 출간한 마지막 소설이 그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 화자 ‘조코 코기토’는 겐자부로 자신과 같은 이름의 작품을 쓴 원로 소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절망적 상황의 일본에서 그가 스스로 삶과 문학을 되돌아보는 전개다.

코기토는 ‘관조’가 아닌 ‘참여’의 방식으로 삶을 되돌아본다. 팔레스타인 출신 인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가 말년에 이른 예술가의 삶을 분석한 책 ‘만년의 양식에 관하여(On Late Style)’에 착안해, 마지막이 될 글의 제목을 ‘만년양식집’으로 짓는다. ‘만년의 양식으로 살며(In Late Style)’라는 뜻. 만년에 이른 노작가의 회고록이라기보단 ‘살아있는’ 개인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지적장애를 지닌 아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거듭한다.

그런 화자의 내면을 타인의 입을 통해 까발리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가령 딸은 화자에게 ‘오빠와 진지하게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거나, ‘(아빠의 소설이) 그 방식 자체를 변명하고 싶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화자는 끝없이 자신을 검증하고, 앞서 떠난 이들의 만년을 되돌아본다. 원전 반대 시위 등에 참여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을 노래한다.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겐자부로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대목.

소설은 ‘나는 다시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는 시구로 끝난다. 겐자부로는 떠났지만, 그가 지은 문학의 숲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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