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세 보육·교육 묶어서 국가가 책임진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유치원·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유보 통합)하기 위해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던 어린이집(보육) 관련 예산과 인력을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유치원에 이어 어린이집까지 관리하며 유보 통합을 총괄하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8일 ‘유보 관리 체계 일원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3만3000여 곳)은 0~5세 보육을, 교육부 관할인 유치원(8600여 곳)은 3~5세 유아교육을 맡아왔다. 보육과 유아교육을 정확하게 나누기 어려운데도 복지부와 교육부가 서로 나눠 맡으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교사 자격 기준과 교육 과정, 시설 등도 달라 교육의 질 차이가 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역대 정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치는 ‘유보 통합’을 추진했지만, 교사 등 두 기관의 이해 관계가 맞지 않아 28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이주호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이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소중하다”면서 “영유아 시기 세계 최고 수준의 보육·교육을 하기 위해 유보 통합을 꼭 이루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단계로 관련 업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2단계로 지방 업무를 지자체에서 교육청으로 넘기고, 3단계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복지부의 어린이집(보육) 관련 예산과 인력을 전부 교육부로 넘길 예정이다. 올해 기준 보육 예산(복지부.지자체)은 10조원이고 유아 교육예산(교육부)은 5조6000억원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보육 예산 10조원을 넘겨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유보 통합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양질의 급·간식을 제공하며, 학부모의 육아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출생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요인이 아이를 믿고 맡길 양질의 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유보 통합을 하면 0~5세 때까지 정부 주도로 양질의 보육과 유아교육을 묶어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가 0~5세까지 맡아 기르겠다는 취지의 ‘저출생 대책’이라는 것이다.
당정은 유보 통합을 위한 법령 개정에 신속히 나서기로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 후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을 시작으로 지방의 관리 체제 일원화를 위한 법령 개정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모델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갈등 요인인 교사 자격과 양성 시스템도 결정한다. 현재 유치원 교사 자격증은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야 준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 일부는 대학 학위가 없어도 딸 수 있다. 이에 따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자격 논란처럼 유보 통합을 시도할 때 유치원 측의 반발이 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교육 과정과 시설도 다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통합 체제의 신규 교사 양성을 어떻게 할지, 기존 교사들의 통합 자격 기준은 어떻게 할지 등 시안을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경영난을 겪는 곳이 많아 과거처럼 이권 다툼만 벌일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유보 통합에 앞서 어린이집에는 유치원만큼 급식비를 더 주고, 유치원에는 더 늦은 시간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두 기관의 차이를 점차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보 통합을 달성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유보 통합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민주당도 협조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방안부터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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