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입생 전원 기숙사 거주 추진
서울대는 신입생 3700명 전원을 관악캠퍼스 기숙사에서 지내게 하는 ‘거주형 대학 제도(RC·residential college)’를 수년 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26일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가족에서 벗어나 독립적 인간으로 성숙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신입생 때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독립된 시민으로 새로운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키워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신입생 전원 기숙사’ 제도가 도입되면 서울에 거주하는 신입생도 관악 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거주형 대학 제도는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기숙사에 살며 학부 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은 중세 때부터 이런 제도를 운영했다. 국내 대학 중엔 연세대가 2014년 도입했다. 1학년 학생이 송도캠퍼스에서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서울대도 2007년부터 이 제도 도입을 검토했으며 올해 LnL(Living&Learning·리빙 앤드 러닝)이란 이름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유 총장이 ‘전원 기숙사’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다양성’과 ‘포용력’에 있다. 유 총장은 “해외 유수 대학의 학생들은 단과대보다 기숙사 단위로 교류한다”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 포용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같이 모여 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 간 토론과 자치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 총장은 ‘전원 기숙사’ 제도가 최근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잉 보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에선) 대학에 진학해서도 부모가 학생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인이 되면 가족의 영역에서 벗어나 시민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서울대는 기숙사 한 동의 거주자 274명 중 248명을 신입생으로 모집했다. 학생들이 1년 동안 기숙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토론에 참여하고 자체 동아리 활동 등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그랬더니 경쟁률은 3.6대1을 기록했다. 서울대는 노후화가 심각한 현재 기숙사를 3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규모로 재건축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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