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서 잇따르는 ‘추가 살인’ 예고, 모방 범죄 막아야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묻지 마 칼부림’ 사건 이후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그는 실제 흉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단순히 장난 삼아 이런 글을 올렸다고 보기 어렵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이런 정황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은 이와 비슷한 ‘살인 예고’ 글이 3건 더 있어 작성자를 추적 중이라고 한다. 모방 범죄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림동 사건 범인도 범행 전 인터넷에서 ‘홍콩 묻지 마 살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정신 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대낮 도심에서 일어났고, 범인이 무직 상태였고,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신림동 사건도 모방 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모방 범죄는 실제 발생 사례도 적지 않다. 2018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뒤 서울 관악구 PC방에서 모방 범죄가 발생했다. 당시 범인은 요금 문제 때문에 시비가 붙은 아르바이트생에게 “‘강서 PC방 사건’을 아느냐”며 흉기를 휘둘렀다. 2년 전 일본에서 연이어 발생한 전동차 내 흉기·방화 난동 사건 3건도 전형적인 모방 범죄였다. 두 번째, 세 번째 발생한 사건의 범인들은 다 “그 전 사건을 따라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사회의 그늘에서 세상에 막연한 불만을 품은 사람이 늘면서 ‘묻지 마 살인 사건’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2016년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고, 2019년엔 경남 진주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화재로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여기에 모방 범죄까지 더해지면 사회불안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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