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돈과 ‘빽’으로도 못 지키는 자녀의 정신 건강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2023. 7. 29.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좋은 책은 인생을 바꾼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책은 주변에 선물하고 싶어진다.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플로어웍스)를 읽으면서,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책이나 어린이용 소설책을 선물한 적은 있지만, 어른들이 보는 책을 아직은 선물한 적이 없다. 청소년 자살률도 높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많은 한국 상황에서,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가 공들여 쓴 에세이들이 아들에게 스스로를 지킬 힘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승의 글에는 ‘죽은 자녀를 위한 기도’가 성경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생각은 미처 못 해봤다. 예전에는 너무 많은 자녀가 어려서 죽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는 기독교에서 오랫동안 자살을 죄악시했던 전통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결정적으로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 얘기를 다룬 천영훈의 글을 보면서, 이 책을 자녀에게 읽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약 중독자들끼리 자신들을 ‘천국을 엿본 사람들’이라 한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닿았다. 책에도 언급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 모든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마약 중독자였던 해롱이에게만은 안식이 허락되지 않았던 아픈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우석훈 경제학자

사회적으로 큰 사건에 따른 트라우마의 사연들, 탈북 거주민들 아픔 같은 사례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던 건 의사 한 명 한 명의 개인 사연이 진솔하게 엮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군부대 내에서의 상담 사례는 일의 동기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왜 이 일을 하는가? 우리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매일 ‘충일’한 정신으로 군기 바짝 들어 살아갈 수만은 없지 않은가!

청소년이 되는 자식의 정신 건강은 대신 지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확률적으로 우리 집 어린이만 피해 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돈과 ‘빽’으로도 자녀의 정신 세계는 지켜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들은 어른들을 위해서 글을 썼겠지만, 최근에 청소년 자살이 증가하는 중이다. 학교 상담실 문을 보다 쉽게 두드리기 위한 최소한의 상식은 부모로서 준비해주고 싶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