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기 위해서 친구를 딸로 삼았어요
“가족이 되기 위해 친구를 딸로 삼았어요.”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위즈덤하우스) 저자 은서란(44)씨는 지난해 5월 다섯 살 어린 친구 이모(39)씨를 ‘딸’로 입양해 ‘엄마’가 됐다. 결혼도 하지 않은 은씨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친구와 가족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이들은 동성 연인이 아닌 친구 사이.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지지 않은 두 성인을 가족 관계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을 두고 ‘사실상 동성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입양이라는 생각지 못한 통로로 가족이 된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은씨는 심한 아토피 때문에 20대 때부터 시골살이를 택했다. 그러나 “아무 남자하고나 엮어주려는 등 마을 사람 간섭이 많았고 성차별도 만연해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 이씨를 만나 2017년부터 함께 의지해 살게 됐다. 은씨는 “서로 실질적 보호자 역할을 했지만 응급실에 가는 등 정작 위급하고 중요한 순간엔 남이더라”며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는 내가 늙고 병들면 법적 보호자는 누가 돼주나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 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입양을 결심했고, 1인 가구인 그들을 걱정하던 두 사람의 가족도 입양에 반대하지 않았다. 입양 신고서가 처리되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은씨는 “요즘은 1인 가구도 많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 제도가 남녀의 결혼을 전제로 해 아쉽다”고 했다. “제도가 좀 더 유연해지면 좋겠어요. 사실 가족이 되는 일엔 정서적 결합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요? 왜 성적 결합 없이는 가족이 될 수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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