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14] 교사에게 훈육을 빼앗는 사회

백영옥 소설가 2023. 7.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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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다. 중학생 대상 강연이었는데 90분 내내 아이들이 쉬지 않고 떠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놀란 건 교사의 통제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혼이 빠진 내게 다가온 선생님의 사과가 마음에 남는 건, 지친 얼굴 속에 보인 지독한 무기력함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기사를 읽은 후, 그때의 일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교사의 길을 포기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소송, 차별, 불이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교권침해보험’에 가입하는 교원의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담한 일이다. 안타까운 건 지금의 문제를 ‘교권vs학생 인권’의 ‘대결’ 프레임으로만 보는 시각이다.

이슈의 중심에 진보 교육감과 맘카페, 금쪽이 등이 거론 중이다. 비극이 터지면 원흉 찾기에 몰두하는 인간의 경향성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원흉을 만든 원인’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교권은 결코 학생을 지도할 권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교권은 교사에게 주어진 기본적 노동권으로, 퇴근 이후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포함한다. 많은 경우 학부모가 항의한 ‘내용’만큼 표현의 ‘형식’이 부적절하다는 게 정말 큰 문제다. 교사라고 24시간 직업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반 아이만을 위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내 아이는 특별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과잉될 때 사회문제가 된다. 북유럽에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교육 문화가 있다. 나를 타인보다 특별하거나 더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뜻한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구성원의 성장을 이끌며 섬기는 걸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교사에게 훈육을 빼앗고 Servant(하인)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상처 없이 꽃길만 걸으며 아이를 성장시키는 매직은 없다. 맑은 날만 이어지면 삶은 사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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