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살기 위해 낯선 땅으로… 인류는 오래전부터 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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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관통하는 리오그란데강에는 현재 수중 철조망 설치가 한창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불법 월경을 막겠다며 강행하고 나선 것.
"땅에 울타리를 치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을 때 (중략)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면 인류가 온갖 범죄와 전쟁, 살인 같은 불행과 참상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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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선 정주보다 이주가 당연
이민자들 역사적 맥락서 바라봐야
◇이주하는 인류: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샘 밀러 지음·최정숙 옮김/424쪽·1만9000원·미래의창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막는 사람들. 그리고 인간의 이동을 둘러싼 온갖 사회적 갈등. 영국에서 태어나 인도, 탄자니아,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등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며 살아온 저자가 이주, 이동, 이민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는 왜 떠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왜 그들을 막으려고 하는지, 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인류사에서 이주의 역할이 매우 과소평가되고 오해받아 왔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고정된 집 주소와 국적을 갖고, 토지와 집을 소유하는 정주(定住)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긴 인류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안데르탈인의 이동에서부터 아메리카 인디언, 바이킹, 메이플라워호 그리고 멕시코인들의 미국 이주까지 광범위한 인류의 이주 역사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풀어냈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주와 관련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땅에 울타리를 치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을 때 …(중략)…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면 인류가 온갖 범죄와 전쟁, 살인 같은 불행과 참상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집, 국가, 국경을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시대에 자칫 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장 자크 루소의 말까지 인용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인간의 이동, 이주를 피부색과 국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해 왔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하지만 그 진의는 소유권 부정이나 무조건적으로 이주가 당연하다는 게 아니라 이주 문제를 인류의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보길 바라는 데 있다. 국경과 민족국가가 있는 오늘날의 정주주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그 역사를 너무나 자주 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를 인정한다면 이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이주민 문제에 대한 현대적 논의를 재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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