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옆에 손잡이 달고, 현관에 의자만 둬도 어르신들에 큰 도움”[장애, 테크로 채우다]

이채완기자 2023. 7. 29. 01: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김쌍례 할머니(75)의 집 화장실에서 손잡이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허리가 살짝 굽은 김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바닥에 펼쳐진 공구들 사이를 다니며 작업 중인 세 청년 옆을 지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끝]‘모두의 미래’ 고령자 돕는 기술
‘고령 친화형’ 집수리 하는 청년들
몸은 늙는데 집은 젊었을 적 그대로
신체특성-생활습관에 맞게 고쳐야
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의 김쌍례 할머니 집을 찾은 김진구 씨(왼쪽). 김 씨와 직원들은 무릎, 허리, 손목 등의 통증을 겪는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변기 옆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했다.
“어르신, 잠시 변기에 앉아 봐주시겠어요? 팔걸이 높이는 어느 정도면 편하시겠어요?”

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김쌍례 할머니(75)의 집 화장실에서 손잡이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허리가 살짝 굽은 김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바닥에 펼쳐진 공구들 사이를 다니며 작업 중인 세 청년 옆을 지켰다. “믹스 커피 타줄까? 커피 마시면서들 해요.”

이 청년들은 고령자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실내 디자인을 해주는 스타트업 ‘에이징인플레이스’ 직원들이다. 이날 작업 장소는 김 할머니가 자주 넘어지는 화장실이었다. 무릎과 허리 수술 후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김 할머니는 “변기에 앉았다 일어나거나 샤워를 하고 나서 잡을 곳이 없다. 수건걸이를 잡고 겨우 욕실 밖으로 나온다”고 했다.

고령 맞춤형 주거관리를 하는 이 회사는 노인들의 신체 특성,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한 집수리를 2년 째 해오고 있다. 그동안 성북구 강남구 등 지자체의 의뢰를 받아 190여 가구를 고쳤다. 나이가 들면 허리나 무릎 등 관절이 약해지고 다리 힘이 없어 앉고 서는 것조차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청력 저하 등으로 균형 감각도 떨어져 옷가지를 밟거나 바닥이 조금만 미끄러워도 쉽게 넘어진다. 노인들에게 실내 낙상은 그 자체로 위험할뿐더러 운동량을 급감시켜 심각한 후유증을 부른다.

고령으로 신체적 제약이 생기면 그에 맞게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손잡이 설치 등 변화가 필요한데 이런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 회사를 창업한 김진구 씨(34)는 “노인들은 불편을 느끼면서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그냥 하던 대로 살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의 화장실에 설치된 간이 의자와 안전 손잡이. 허리가 아픈 김 할머니가 앉아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는 간이 의자(왼쪽)와 목욕을 한 후 화장실 밖으로 나올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
이 때문에 김 씨와 동료들은 집수리에 나서기 전 거주자와 2, 3차례 사전 면담을 한다. 노인의 동선과 집 구조에 잠재된 위험을 포착하려는 것이다. 주로 변기 앞이나 욕실에서 방으로 가는 이동 경로 등에 군데군데 긴 철봉 모양의 손잡이를 단다. 허리 통증이 심한 노인들이 스스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욕실 벽에 의자를 설치하기도 한다.

독거노인의 집에는 싱크대 앞에 조그만 의자가 있는 경우가 있다. 허리가 굽는 등 키가 작아져 예전에는 잘 맞던 싱크대가 이젠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럴 땐 싱크대 높이를 낮춘다. 현관 신발장 앞에 의자를 갖다놓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바닥을 짚고 일어나다 손목이나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권오정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노인이 되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신체 기능도 떨어지는데 집은 과거 건강했던 신체에 맞춰져 있다보니 몸과 집 사이의 괴리가 커진다”며 “손잡이나 의자 설치가 사소해 보이지만 노인이 집에서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장애의 빈틈을 기술과 디자인으로 채우며 다시 일어선 ‘다른 몸의 직업인’ 5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봇팔을 한 사이클 선수, 시력을 잃어가는 작곡가, 손을 못 쓰는 치과의사, 휠체어를 타는 ‘걷는 로봇’ 연구원과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부서진 몸으로 다시 일어선 이들은 말합니다. 삶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특별취재팀>
▽기획·취재 신광영 neo@donga.com 홍정수 이채완 기자
▽사진 송은석 기자
▽디자인 김수진 기자
※아래 주소에서 [장애, 테크로 채우다] 전체 시리즈와 디지털로 구현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20000000430
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