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랑하는 사람 보낸 후 뇌에선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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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부가 잘려나간다, 무거운 돌덩이가 자신을 짓누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문학적으로 묘사한 기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리 존재한다.
20세기 들어서는 정신건강의학자들이 비애에 잠긴 상태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다양하게 나왔다.
비애는 상실을 맞닥뜨린 인간의 뇌가 해결해야 하는 고통에 관한 감정 상태이고, 애도는 누군가가 사라진 상태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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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애리조나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슬픔 상실 및 사회적 스트레스 연구소(GLASS)’에서 슬픔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신경과학자다. 저자가 ‘사별의 과학’이라는 다소 이색적인 연구 주제에 천착한 배경에는 그가 중학생 시절 유방암 4기 진단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진단 후 기적처럼 13년을 더 살았지만 오랜 기간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한 성장 과정이 그를 이 분야 연구로 이끌었다.
저자는 사별 이후의 감정적 과정을 크게 비애와 애도로 구분한다. 비애는 상실을 맞닥뜨린 인간의 뇌가 해결해야 하는 고통에 관한 감정 상태이고, 애도는 누군가가 사라진 상태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비애의 감정에는 우리 뇌의 측좌핵이 큰 영향을 미친다. 측좌핵은 보상 과정을 관장하는 신경망으로 무언가를 원한다, 보고 싶다, 다시 하고 싶다 등의 감정을 촉발시킨다. 측좌핵 활성도가 높은 이들이 느끼는 비애의 강도가 더 크다는 저자의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슬픔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증명되는지 알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사별의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애도다. 저자는 뇌의 신경 연결을 담당하는 시냅스의 변화가 일어날 때 애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진 환경을 다시 정의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진정한 애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려운 학술 용어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흔히 쓰는 일상 언어로 쓴 저자의 노력 덕분에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사별을 과학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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