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열리는 센강에서 수영을… 파리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신 중[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 센강에서 개막식과 수영 경기를
파리 올림픽은 기상천외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160여 척의 배가 각국 대표 선수단을 태우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수상 행진을 벌인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배가 파리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 곡예사, 댄서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무료로 개회식을 지켜보는 사상 최대의 올림픽 개막식이다.
센강에서는 야외 수영대회도 열린다. 그랑팔레와 앵발리드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무대다. 황금빛 날개가 달린 페가수스상이 서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곳. 이 다리 밑에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의 수영 경기가 펼쳐진다. 110명의 남녀 선수들은 센강 1.5km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 구간까지 7바퀴(총 40km)를 달리고, 마라톤 10km를 달려 다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골인하게 된다. 1923년 수질 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0년 만에 다시 공식 수영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난 7년간 14억 유로(약 2조 원)를 들여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고, 폐수 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펼쳐 왔다. 과연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는 1900년 파리 박람회 당시 전시관으로 쓰였던 건물. 에펠탑처럼 철골 구조물로 된 천장에 유리를 끼운, 당시로선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던 이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진다.
마라톤 경기 코스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 관광코스와 일치한다. 파리시청인 ‘오텔 드빌’에서 출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됐던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을 거쳐 베르사유 궁전을 찍고 앵발리드에 도착하는 코스다. 17세기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도 펼쳐진다. 베르사유 운하 옆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공원을 연결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올림픽 기간에 어반 스포츠의 주무대로 탈바꿈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피의 광장이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부터 BMX프리스타일, 3×3 농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까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젊고 새로운 스포츠의 무대로 바뀐다.
프랑스 파리는 1855년부터 1937년 사이에 8차례의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324m의 에펠탑(1889년) 등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파리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움을 TV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 백화점, 미술관으로 복원된 옛 건축물
올림픽을 앞둔 파리에서는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명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파리 1구 퐁피두센터 근처인 레알 지역에 있는 ‘라 부르스 드 코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의 옛 유적을 현대적인 감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주는지를 보여준다.
리모델링을 맡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역사적인 건물 내부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높이 10m, 지름 30m의 원통 모양의 구조물을 집어 넣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감행했다. 원통 모양의 구조물 내벽은 자연스럽게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외벽엔 계단이 설치돼 5층 높이의 각 층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천장까지 올라가면 돔 유리창 밑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1889년 화가 알렉시조제프 마즈롤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러시아 등 전 세계의 민속과 무역의 현장을 그린 그림은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를 담은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
수백 년 전의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 근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복원해 내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백화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5층에 올라가 보아주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아르누보 양식 유리 지붕과 공작새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1970년대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는데, 관광객의 동영상을 촬영해 광고에 합성해 주는 코너도 있다. 킹콩의 손에 붙잡힌 사람이 몸을 흔들며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기념 영상을 얻는 비결이다.
파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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