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남북 분단 현장 지킨 스웨덴, 중재 역할 계속 할 것

최익재 2023. 7. 2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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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
다니엘 볼벤 대사는 “스웨덴 역사에서 한국은 아주 특별한 나라”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스웨덴은 강대국 주도의 진영대립으로 날이 새고 저무는 국제사회에서 줄곧 중립국 지위를 고수해온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였다. 그 역사가 1814년 이후 200년 이상 이어졌다. 유럽 전역이 전쟁에 휘말렸던 1,2차 세계대전 때도 이를 고수했고, 종전 후 펼쳐진 냉전시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랬던 스웨덴이 스스로 중립을 버리고 한 쪽 진영에 가담하는 선택을 했다. 역시 중립국이던 핀란드가 지난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31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린데 이어 스웨덴의 가입이 최종 승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몰고 온 후폭풍이다.

중립국으로서의 스웨덴의 지위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6·25전쟁이 끝난 뒤 구성된 중립국감독위원회의(NNSC) 일원으로 줄곧 한반도 분단현장을 지켜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6·25 전쟁 중에도 대규모 의료지원단을 보내 야전병원을 세우는 등 인도주의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나라이기도 하다. 서울 을지로의 국립중앙의료원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3국의 원조에 힘입어 지어진 것이다.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가 지난 27일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이유다. 볼벤 대사를 만나 스웨덴의 나토가입 및 한국과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 나토 가입을 결정하기까지 국민 여론은 어땠나. 중립외교를 고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A : “과거에는 나토 가입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찬성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현재의 안보 상황이 악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도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국민들은 스스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나토 가입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70%에 달하는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Q : 스웨덴이 정식으로 나토 회원국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A : “우선적으로 맡게 될 역할은 스웨덴 앞바다인 발트해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북극을 둘러싼 지역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으로서 첨단 무기 개발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스웨덴은 방위산업분야에서 매우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투기와 레이더 등 첨단 무기들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토 규약에 따르면 새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31개 회원국 가운데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있어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최근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Q : 어떻게 튀르키예를 설득할 수 있었나.
A : “협의를 통해 두 나라는 이견을 좁혔고, 특히 테러 대응 등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국회 비준 절차를 요청하고 협조하기로 했다.”
튀르키예가 양보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협상과정에서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해 주는 대신 오랜 숙원인 유럽연합(EU)가입에 대한 스웨덴의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 철두철미 국익을 챙기는 국제정치의 생리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Q : 윤석열 대통령과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이달 11일 나토정상회의 때 만나 양국 협력 강화를 논의했는데.
A : “한국과 스웨덴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혁신적인 나라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최근 양국 정상회담 때 배터리와 바이오 산업 등 구체적인 분야가 협력 대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이 요구되는 또다른 분야가 원자력 발전이다. 스웨덴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스웨덴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도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 ”

Q : 27일은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스웨덴은 6.25 전쟁 때 대규모 의료지원단을 한국에 파견해 큰 도움을 줬다.
A : “스웨덴은 당시 의료지원단을 한국에 보내 야전병원을 지었다. 그 병원은 전쟁이 끝난 후인 1957년까지 운영됐다. 병원에서 근무한 스웨덴 의사와 간호사 수는 1000명을 넘었다. 이는 스웨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도주의적 지원 중 하나였다. 스웨덴의 의료 지원을 받은 한국이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된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의 역사에서 한국은 아주 특별한 나라라 할 수 있다.”

Q : 스웨덴에게 6·25 전쟁은 어떤 의미인가.
A : “현재 우리는 6·25 전쟁과 유사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 6·25의 참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6·25 전쟁을 역사적 유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스웨덴은 6·25 전쟁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Q : 스웨덴은 정전 후에도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참여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A : “지금은 다섯명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전 직후에는 수 백 명의 스웨덴 군인들이 남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근무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스웨덴 군인들이 무려 70년 동안이나 이런 활동을 해온 것이다. 나는 이 역사적 임무에 동참했던 스웨덴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만날 때면 자랑스럽게 우리가 해온 일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Q : 스웨덴은 과거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를 주선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스웨덴의 역할은 계속될 것인가.
A : “스웨덴은 1973년 북한과 수교했다. 스웨덴은 남북한 모두와 수교한 국가이자 판문점에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에 군인들을 파견하고 있는 국가다. 이런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스웨덴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북한과 서방세계의 연결 통로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현재 남북한과 북·미 관계 악화로 어려움이 있지만 스웨덴의 중재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동시에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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