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혁신만이 살 길

2023. 7. 2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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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K-스타트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2분기 연속 4조원대 적자


‘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변신이 정답


스타트업 규제 풀고, 대기업도 혁신기업 키워야
삼성전자가 올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36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1분기에 14년 만의 영업적자(4조5800억원)를 기록한 이래 연이은 적자 행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한국 경제의 얼굴인 반도체의 추락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한국 경제의 체력 약화는 국가 경제 규모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3위, 전년 대비 세 계단 내려앉았다. 그나마 삼성전자 반도체의 적자 폭이 1분기보다 소폭 줄어들면서 반도체가 바닥을 찍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당장 살아나는 건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일시적이라면,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새로운 도약이 절실한 시점이다. 때마침 반도체에 가려있던 자동차 산업의 선전이 주목된다.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가 2분기 매출 42조2497억원, 영업이익 4조2379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폴크스바겐에 이어 지난해 전 세계 판매 3위 완성차그룹에 올랐다. 2020년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겨냥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포스코처럼 2차전지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기업들의 최근 활약도 눈에 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 산업의 약진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현재 지금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그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펴 온 패스트 팔로(빠른 추격자) 전략이 성공을 거둬왔지만, 이젠 또 다른 중국·인도 등 빠른 추격자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열면서 세계 선두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퍼스트 무버’(선도자) 국가로의 변신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한국의 숙제인 ‘신수종(新樹種)’을 키우는 길은 이미 제시돼 있다. 과학기술 진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사업화다. 여건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 2위 수준이며 절대액수도 세계 5위에 달한다.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 논문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속속 실리고 있다. 반면 갈 길은 아직 멀다. 가장 큰 문제는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엔진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키워드는 한국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혁신이다. 실제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와 같은 세계적 석학은 국내 정상급 연구를 신산업으로 연결해줄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호소한다. 혁신 스타트업이 곳곳에서 싹트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규제에 가로막힌 상태다.

한국 경제의 맏형인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요구된다. 혁신 스타트업을 인수해 새로운 먹거리로 키워내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더욱 힘써야 한다. 현재로선 흉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특히 대기업 최고 경영자의 결단과 혜안이 절실하다. 통상 1년 단위로 실적을 평가받는 대기업 임원으로선 평균 5~10년을 키워야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뛰어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기술패권과 공급망 변화 등으로 요동치고 있다. 변혁의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다. 혁신 생태계가 없인 우리의 미래도 없다. 정부·기업 등 최고 결정권자들이 용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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