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레이와 버블
일본 증시는 올 초 2만5000엔 선에서 출발한 뒤 5월에 3만엔을 돌파하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 3만4000엔에 다가섰다. 1987년 버블 정점기에 ‘일본 주(株)’ 급등을 이끌었던 NTT도 이달 초 25분의 1로 주식 액면 분할을 실시, 주가 상승에 또 한번 기폭제가 될지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주가 전망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시장에선 4만엔을 돌파할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받고 있다. 닛케이가 올 하반기에 3만5000엔 선을 뚫고, 내년에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7월29일자)는 5년 뒤 평균 예상치로 3만2000엔~4만7000엔을 제시했다. 기업들이 설비와 인적 투자를 늘리는 추세여서 내년 6월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은 세계적인 금융 완화 덕분에 도쿄, 오사카를 중심으로 치솟고 있다. 1980년대 버블기와 달리 전국적으로 오르지 않고, ‘도쿄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도쿄 23구 신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60% 상승한 1억2962만 엔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억엔을 넘어섰다. 버블기(6123만엔)에 비해서도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도쿄, 가나가와, 사이타마, 지바)의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40% 오른 8873만 엔으로 ‘부동산 버블’로 불릴 정도다.
일본은 초고령 사회에다 14년째 인구 감소가 이어져 성장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에 비해 주식과 부동산이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재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 침체에 빠졌던 ‘일본 자산시장’에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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