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전부터 시작…이주는 곧 인류의 삶

김선미 2023. 7. 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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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인류
이주하는 인류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미래의창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밀입국 경로인 중부 지중해에선 올해 들어 441명의 난민이 항해 중 숨졌다. 2017년 이후 최고 수치다. 불과 몇 년 전, 영국에 몰래 입국하기 위해 냉동 트럭에 올랐던 베트남인 30여명이 전원 동사한 일도 있다. 난민, 노동, 차별, 테러 등 현대의 여러 문제가 ‘이주’와 관련 있다. 비극은 떠나고 싶은 자, 이를 막으려는 자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된다. 국적·인종·계층·종교 등에 따라 국경이 그어지고, 여권이 생기며, 이동의 제약이 따른다.

이주가 오늘날만의 일일까. 영국에서 태어났고 오랫동안 인도에서 생활한 BBC 특파원 출신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역사가 기록되기 전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땅을 찾았다. 한데 모여 정주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 건 1만 2000년 남짓 된 일. 400년 전만 해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유목 생활을 했다. 지금도 3000만 명 이상이 전통적 형태의 유목 생활을 한다. 국적과 소유지가 일종의 권력이 된 건 기나긴 인류 역사의 극히 일부다.

저자는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흥미로운 흔적들을 전한다.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엔 산에서 내려온 침략자, 전쟁 노예, 해외에서 온 상인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중국·인도·이집트 고대 기록에도 노예나 죄수, 국경 너머에서 온 수상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 야만족 등으로 묘사된 이주민 얘기가 담겼다. 이주 역사는 고대 그리스인, 훈족, 반달족, 바이킹 등으로 이어졌다. 신대륙 발견이나 고용 난민 등의 이슈로도 진화했다.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인간은 왜 떠나려 하는가, 이주가 빚은 역사는 어떻게 흘렀는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영토 분쟁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저자는 그 어떤 다른 동물도 온 지구를 돌아다니진 않는다고 지적한다. 어쩌면 인간에겐 본능적이고 유전적인 이동 욕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그럼 타인의 이주를 제약할 권한이 허락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질문에 봉착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력 부족, 성장 지체 등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도 이 책의 질문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참고로 한국의 여권 지수, 즉 한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국가의 수 등을 수치화한 지수는 세계 3위라고 한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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