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진정성 있는 몰입으로 완성한 '밀수'[TF인터뷰]

박지윤 2023. 7.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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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밀수 판에 뛰어든 조춘자로 변신
"지금은 순간의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3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끈끈한 팀워크에 힘입어 물 공포증을 극복했고, 자신의 한계를 감싸주는 최고의 파트너도 만났다. 또한 진심으로 연결된 동료들이 있는 현장으로부터 배움을 얻었다. 배우 김혜수에게 여러모로 특별함이 깃든, '밀수'다.

김혜수는 오는 26일 스크린에 걸리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성공을 꿈꾸며 밀수 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을 맡았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조춘자는 열네 살에 식모살이를 시작해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다. 마이웨이 성격에 야생마 같은 매력을 지닌 그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잠시 군천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밀수 판을 벌인다.

김혜수는 생계를 위해 밀수 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NEW
먼저 김혜수는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인사하는 데 마음이 찡했어요. 이런 과정이 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너무 오랜만에 겪은 거죠"라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로부터 작품을 제안받은 김혜수는 1970년대 배경과 해녀들이 밀수하는 이야기에 끌림을 느꼈다. 평소 그 시대의 문화와 뮤지션, 패션에 관심이 많아 자료를 모았을 정도였던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김혜수는 "정말 흥미로웠어요. 시나리오 자체에 음악이 명시돼 있었고, 내부자들만 알 수 있는 가이드가 있었는데 좋았죠"라고 회상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상스러운 캐릭터를 만난 김혜수는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날 것의 연기를 소화했다. 정돈되지 않은 더벅머리와 유행했던 바람머리 등 다양한 외적 스타일링과 연기 톤을 선보였고, 인물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극과 극의 감정선을 내달리며 다채로운 얼굴을 꺼냈다.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연기 변주를 꾀하며 극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를 본 일부 관객들은 과하다는 평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에 아쉬움을 표출하거나 애써 피할 법도 한데 김혜수는 달랐다. "보시는 분들이 맞을 것"이라고 운을 뗀 그는 "제가 이 자리에서 어떻게 준비했고 연기했는지 말하면 이를 염두해서 제 의도대로 느끼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걸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게 가장 솔직하고 정확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라고 경험과 비례한 의연함을 보였다.

김혜수는 "우리의 정체성은 팀이고, 나의 정체성은 팀원이라는 걸 다시 환기시켰다"고 밝혔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김혜수가 해석한 조춘자를 알고 싶었다. 그는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떠돌이로 전전하다가 군천에 온 춘자가 선장의 딸 엄진숙(염정아 분)을 만나 가족처럼 의지한 것. 김혜수는 "춘자는 군천과 서울로 나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어려웠던 거죠. 목적과 이용에 맞게 자신을 무장하고 위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데뷔 37년 차가 된 김혜수다. 경험과 내공이 쌓인 만큼 촬영 현장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번에도 또 하나의 배움을 얻었다. 그는 함께한 배우들 덕분에 '도둑들'(2012) 당시 느꼈던 물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새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팀워크는 의도하면 불편하고, 조장할 수 없어요. 저희는 우연히 만났는데 진심이 통했죠. 우리의 마음이 하나라는 게 그냥 느껴졌어요. 팀워크가 성패와 직결된다고 볼 수 없지만 모든 과정에서 큰 힘을 줘요. 준비와 역량, 팀워크가 다 잘 맞아야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환기된 건 정체성이었어요. 우리의 정체성은 팀이고, 나의 정체성은 팀원이죠. 작품 할 때마다 염두하는 건데, 이번에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크게 배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김혜수는 "제가 마주한 작품 속 캐릭터로 매 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한다. 지금은 순간의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이날 김혜수는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진정성과 진짜를 강조했다. 그래서 끝으로 '진짜 연기'의 정의를 물었는데, 김혜수는 "아직 모르겠다"고 뜻밖의 답변을 꺼냈다. 배우는 '배우 배(俳)에 넉넉할 우(優)'를 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俳)는 사람 인(人)에 아닐 비(非)가 붙는데, 이는 결국 사람이 아닌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에 따라 '진짜 연기'의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려는 진심을 볼 수 있었다.

"삶의 모든 순간이 다 진짜가 아니듯이 영화에서 모든 게 진짜면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필요한 순간에 군더더기 없이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야 전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 속 캐릭터로 매 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하죠. 그럼에도 제가 우기는 진짜가 남이 보기에는 아니라면 어쩔 수 없죠. 진정성이라는 말을 싫어했어요. 진심을 다했는데 안 보인다고 평가받을 때도 있고, 저는 아니었는데 카메라와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진정성이 보인다니까 혼란스러웠죠."

"지금은 순간의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흐름에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몰입하는 것. 그게 진짜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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