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쿠데타 주도 치아니 경호실장, 새 국가 원수 천명(종합)

유현민 2023. 7. 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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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파벌, 권력 다툼 진행" 관측도…국제사회, 헌정질서 회복 촉구
여당본부 공격한 쿠데타 지지자들, 러시아 국기 흔들며 반프랑스 구호
니제르 대통령 경호실장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 국영 TV 출연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쿠데타를 주도한 대통령 경호실장이 28일(현지시간) 스스로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이라고 천명했다.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이 국가 원수라고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세력이 발표한 가운데 군부 파벌 간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억류 중인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석방과 헌정 질서의 회복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대통령 경호실장인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은 28일(현지시간) 국영 TV에 출연해 자신을 쿠데타를 주도한 국가수호위원회의 의장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현지에서 '오마르'로도 불리는 치아니 장군은 "나라가 점점 망해가는 것을 보면서 지금과 같은 국가 운영 방식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우리가 개입해서 책임을 지기로 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재정적 파트너들이 니제르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며 "당면 과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밤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발표한 아마두 아브드라만 공군 대령도 이날 국영 TV에서 "치아니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이 국가 원수"라며 "헌법은 정지되며 모든 헌법 기관을 해산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현지 분석가와 서방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니제르에서는 군부의 다양한 파벌 간 권력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에 치아니 장군이 이날 국영 TV에 등장한 것은 쿠데타 이후 유동적인 상황에 그가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짚었다.

니제르 현지의 한 서방 군 관계자는 "군부 파벌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황은 여전히 긴장된 상태"라고 전했다.

전날 쿠데타 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니제르군 총사령관 압두 시디쿠 이사 대장은 쿠데타 정국의 또 다른 지도자 후보로 거론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군부의 쿠데타 발표 이후 니제르 현지는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쿠데타 지지자들과 기존 정부 지지자들 사이에 긴장이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쿠데타 지지자들은 전날 수도 니아메의 여당 본부를 습격해 주차된 차량에 불을 질렀다.

이들은 국회 앞으로 이동해 일부는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반(反) 프랑스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후 내무부는 성명을 내어 공공 기물 파손 행위를 비난하며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시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고 국영 TV가 보도했다.

러시아 국기 흔드는 니제르 쿠데타 지지자들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아브드라만 대령은 전날에는 프랑스가 니제르에 군용기를 착륙시켰다며 영공 폐쇄 조치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AFP 통신은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군용기가 국경 폐쇄가 선포되기 전에 이륙했기 때문에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통령궁에 가족과 함께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줌 대통령의 석방과 헌정 질서 회복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니제르에 1천500명의 병력을 배치해 사헬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의 외무부는 전날 "쿠데타를 단호히 비난한다"며 민주주의 질서의 회복을 요구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바줌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헌법 질서와 법치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바줌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TV 연설에서 "니제르의 헌정 질서 회복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쿠데타는 위헌이라는 원칙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 베냉의 파트리스 탈롱 대통령을 수도 니아메로 보내 중재에 나선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전날 "바줌 대통령이 여전히 니제르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며 재차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니제르 군부, 국영TV 통해 '대통령 축출' 선언 (니아메 AP=연합뉴스) 니제르 군부가 26일(현지시간) 수도 니아메에서 국영TV를 통해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성명에서 이들은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이 축출됐다고 주장하며 국가 기관 봉쇄와 국경 폐쇄를 발표했다. [니제르 국영방송 ORTN 제공 영상 캡처] 2023.07.27 clynnkim@yna.co.kr

한편 이번 쿠데타로 니제르에서 유엔의 인도적 지원 사업이 중단됐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니제르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전체 인구 2천700만여 명 가운데 430만 명에 달한다.

유럽연합(EU)도 이날 성명을 내고 "니제르의 쿠데타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며 "헌법 질서가 무너지면 모든 예산 지원을 즉각 중단하는 등 EU와 니제르 간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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