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외교부, 2017년 10월의 사드 진실 밝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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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1일.
문재인 정부와 중국이 사드 3불을 거론하며 한중 관계 개선에 합의한다.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의 단계적(階段性)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3불에 더해 "사드 시스템이 중국의 안전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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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알아야 한중 관계도 발전한다
그해 11월 13일. 일이 터진다.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의 단계적(階段性) 처리에 한중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는 봉인됐다”는 청와대 설명과 달랐다. 중국은 ‘한국이 다음 단계로 사드를 잘 처리할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로 압박한다. 문재인 정부는 회담 내용을 전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중국어 “階段性”의 영문 번역이 “in the current stage(현 단계에서)”라고 돼 있다는 해명을 내놓는다. “현 단계에서 문제를 일단락, 봉합하자는 것”이라는 설명자료를 낸다.
당시 베이징 특파원으로서 중국 외교부 당국자에게 “리 총리가 말한 ‘階段’이 영어로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One step toward final goal. The final goal is the removal of THAAD in peninsula.” “최종 목표를 향한 첫 단계다. 최종 목표는 한반도에서 사드 제거(철수)”라는 말이었다.
“사드 문제 일단락”을 주장하던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과 정반대 얘기를 한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의 최종 목표가 사드 철수라고 했다.
그해 11월 2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3불에 더해 “사드 시스템이 중국의 안전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을 중시한다”고 했다. 다음 달 중국 환추시보는 ‘3불 1한’이라는 말을 처음 쓴다. 왕이의 그 말이 사드 운용 제한에 해당하는 ‘1한’이었을 것이다. 왕이는 “중국에는 ‘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言必信行必果)’”는 말이 있다. 한국 측은 계속 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3불 1한을 한국의 약속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해 11월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장관은 “3불은 우리가 중국에 동의해 준 사안이 아니고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확인해줬을 따름이다. (중국의) 1한 추가 요구도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 6년여 전 그 한 달을 복기해 보면 중국은 ‘한국이 다음 단계로 사드 문제를 잘 처리할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로 약속 이행을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는 3불은 약속이 아니라 했다. 1한의 존재는 부인했다.
2019년 12월 4일 국방부 문서에는 “2017년 10월 3불 합의”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환경영향평가 절차 진행을 사드 정식 배치로 간주해 한중 간의 기존 약속에 대한 훼손으로 인식하고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020년 7월 31일 국방부 문서는 “중국은 양국이 합의한 3불 1한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명시했다.
최근 사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드러난 사실들은 2017년 10월 31일 이후 일어난 석연치 않은 일들이 한중 관계를 이유로 안보 주권을 양보한 결과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윤석열 정부 외교부는 당시 한중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진실을 알아야 한중 관계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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