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사막 위 신도시, 신기루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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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디스커버 네옴' 서울 전시에 들렀다.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사막 지역에 640조 원을 들여 서울 44배 규모 신도시를 짓겠다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다.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명하는 영상물에선 네옴은 지속 가능한 미래 주거를 보여주는 장소로,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세계에 대안을 제시할 거라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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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국내 주택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고, 원자재값이 오르며 수익성도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해외 사업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건설사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이미 중국 등 후발주자에 따라 잡힌 지 오래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단순 도급 사업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조선산업이 친환경 선박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것처럼 건설업에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신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기술은 모듈러 건축이나 빌딩정보모델링(BIM) 같은 발전된 시공 기술일 수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분야의 ‘기술’일 수도 있다.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판단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금융을 조달하는 능력이나, 건설 이후에도 시설 운영을 맡아 장기간 수익을 내는 역량 말이다.
특히 이번 전시 개막과 함께 열린 로드쇼는 우리 기업이 네옴 측에 기술력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네옴 측이 한국 기업에 투자를 권하는 투자설명회이기도 했다. 네옴이 원하는 것은 단순 도급사가 아니라 신기술과 자금을 가지고 올 투자자이자 파트너라는 얘기다. 네옴뿐 아니라 최근 발표되는 대형 프로젝트는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이제 단순 도급으로는 해외 건설 수주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물론 이런 투자개발형 사업은 초기 투자금도 많고 리스크도 크다. 네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라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네옴은 170km 길이 직선 도시 ‘더 라인’ 지하 터널 공사가 진행되는 등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규모만큼이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많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결국 리스크와 가능성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물론 ‘원팀 코리아’가 사우디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을 돌며 수주지원단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성 판단이나 금융 지원에서 정부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공기업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봤어?’라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유명한 말처럼, 해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노하우도 쌓이지 않는다. ‘제2의 중동붐’을 위해서는 기업도, 정부도 한 발짝 더 떼어야 한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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