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없어도 한국 수영 새 역사다···남자 계영 800ｍ, 또 하루 한국 신기록 2번 쓰고 세계 6위

이호준, 양재훈, 김우민, 황선우(왼쪽부터)가 28일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계영 800ｍ 결선을 6위로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후쿠오카 | 연합뉴스

최초의 단체전 메달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또 한 번 하루 2차례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남자 수영이 2연속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오르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희망을 밝혔다.

황선우(20), 김우민(21), 양재훈(25), 이호준(22)으로 구성된 남자 계영 대표팀은 28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계영 800ｍ 결선에서 7분04초07로 6위를 기록했다.

예선을 7분06초82로 통과해 지난해 이 대회 결선에서 세웠던 한국기록(7분06초93)을 경신하고 전체 6위로 결선에 오른 대표팀은 결선에서 그 기록을 2초75나 다시 단축하면서 새로운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영국이 6분59초08로 금메달을 차지했고 미국(7분00초02)이 2위, 호주(7분02초13)가 3위에 올랐다.

한국은 7번 레인에서 결선을 펼쳤다. 1번 영자로 나선 황선우가 첫 200ｍ를 1분46초35에 찍어 6위로 통과한 뒤 김우민이 1분44초84로 다음 200ｍ 구간을 찍어 5위로 올라섰다. 이어 양재훈이 7위로 처졌으나 마지막 영자 이호준이 1분44초53의 빼어난 기록으로 마지막 200ｍ 구간에서 스퍼트 해 프랑스(7분03초86)와 이탈리아(7분03초95)에 이어 6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2번과 4번 영자 김우민, 이호준이 빼어난 기록으로 헤엄쳤지만 첫 영자로 나선 에이스 황선우가 100ｍ 구간 이후 처지며서 동메달을 딴 남자 자유형 200m의 기록(1분44초42)에 2초 가량 뒤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호준(아래)이 28일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계영 800ｍ 결선에서 마지막 영자로 레이스를 마치고 들어오자 김우민, 황선우, 양재훈(오른쪽부터)이 맞이해주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후쿠오카 | 연합뉴스

기대했던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개인전 아닌 단체전에서 2연속 결선에 오르고 지난 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 신기록을 연달아 경신한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 수영 역사에 획을 그었다.

한국 수영은 박태환에 이어 황선우가 등장하면서 세계 수영의 변방에서 아시아 정상으로, 세계 중심으로 뛰어올랐다. 걸출한 천재 선수 둘이 차례로 등장해 개인 성적으로 한국 수영에 독보적인 희망으로 자리한 과거와 달리 이제 계영에서도 세계 수영강국들과 결선에서 싸울 수 있게 된 것은 한국 수영 자체의 성장을 의미한다. 계영은 영자 중 한 명만 실력이 수준을 벗어나도 기록을 유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남자 단체전에서 이제 완전한 아시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처음으로 남자 계영 800ｍ 결선에 올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사상 최초로 단체전 결선 진출 쾌거를 이뤘다. 당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이 함께 올라갔다. 한국은 예선에 이어 결선에서도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7분06초93으로 6위를 했고, 8위에 그친 중국(7분10초93)보다 4초나 앞섰다. 한국 계영이 중국 계영을 역전한 대회였다.

올해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에서 한국과 같이 2조에서 경기한 일본은 7분08초70으로 전체 9위, 1조에서 뛴 중국은 7분09초99로 10위에 머물러 모두 탈락했다. 한국은 힘 빼고 헤엄친 예선 기록만으로도 중국과 일본을 이미 압도했고, 결선에서는 그 기록을 더 단축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시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할 충분한 자격과 희망을 확인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