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외교무대에서 사라진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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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다녀왔다.
매년 여름 그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에서 열리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를 비롯한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에는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인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이 모두 온다.
과거 남북 외교장관이 조우하기도 했던 ARF는 한국 기자들에 중요한 취재 대상이었지만 북한이 ARF에 참석했던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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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다녀왔다. 매년 여름 그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에서 열리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를 비롯한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에는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인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이 모두 온다. ARF엔 북한도 참여한다. ‘아세안의 관점’이라고 불리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 아세안의 외교적 특성이 반영된 무대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간 전략경쟁으로 전 세계적 진영 갈등이 심화되고 서로 만나는 것이 어려운 시점에 ARF가 만남의 장으로서 가진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 외교장관급 인사가 오지 않기 시작한 2019년 처음 ARF 출장을 갔고 올해 두 번째로 다녀왔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 외무상은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ARF에 오지 않았다. 4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나름 유화적임에도 북한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아예 문을 닫아 걸었다. 과거 남북 외교장관이 조우하기도 했던 ARF는 한국 기자들에 중요한 취재 대상이었지만 북한이 ARF에 참석했던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북한은 점점 그나마 소통하던 나라들과도 소통하지 않는다. 같은 진영의 중국, 러시아와만 교류할 뿐이다.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스웨덴,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의 주북 대사들은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국에서 일한 지 오래됐다. 6자회담국들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등 반관반민(트랙 1.5) 협의체에도 북한이 불참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미군 병사가 월북한 지 열흘이 다 됐지만 이렇다 할 소통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완충지대가 완전히 사라질까 우려된다. 내년 ARF는 북한과 전통적으로 가까운 라오스에서 열린다. 라오스에선 북한 외무상을 볼 수 있을까.
홍주형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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