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금융위기 예견한 경제학자, 자본주의 방향 되짚다

정진수 2023. 7. 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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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경제학자들을 이렇게 다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동안 맹신되던 '경제학'에 대한 믿음이 꺾이고 회의감이 커진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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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키의 금융과 자본주의 - 불안정 경제의 안정화 전략/하이먼 P. 민스키/김대근 옮김/카오스북/2만5000원

“왜 아무도 금융 위기의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지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경제학자들을 이렇게 다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동안 맹신되던 ‘경제학’에 대한 믿음이 꺾이고 회의감이 커진 계기가 됐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도 같은 해 한 강연에서 “지난 30년간 대부분의 경제학은 좋게 평가해도 쓸모없는 것이었고, 나쁘게 말하자면 해악을 끼쳤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장밋빛 전망을 말할 때 그 위기를 경고한 학자도 있었다. 바로 하이먼 민스키다.

그는 금융위기 발생 20여년도 전에 저서 ‘불안정 경제의 안정화(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를 내놨다. ‘포스트 케인지언’인 민스키는 책에서 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 안에 내재됐다며 성장을 위해 빚으로 쌓는 호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은행가 등 자본시장의 주체는 성장에 대한 확신이 커지면 빚을 내 투기를 하게 되고, 그렇게 누적된 부채가 한계를 넘어서면 자산가치가 추락,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이먼 P. 민스키/김대근 옮김/카오스북/2만5000원
민스키는 고전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시장 메커니즘이 실패했음을 꼬집었다. 그는 “자본주의 금융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각 경제 단위들의 자기 이익 추구로 경제가 균형에 이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은행가들, 레버리지 투자자들, 그리고 투자 생산자들의 자기 이익은 경제를 인플레이션적 팽창과 실업을 유발하는 긴축으로 이끌 수 있”어 “자본주의 금융 과정이 경제가 내생적 안정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설은 발표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초판 출간 이후 1980∼1990년대 초반 저축대부은행과 은행업의 위기,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 1990년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시장 파열, 2000년 IT 버블 붕괴에 이르기까지, 사례는 차곡차곡 쌓여갔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흔히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라 불리는 이 가설은 이제 투자와 금융, 경기 순환의 일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 불안정성이 자본주의 경제의 뿌리 깊은 특징은 맞지만 민스키는 자본주의의 폐기와 같은 극단적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결함이 덜 드러나는 자본주의’를 강조한다. 공공 섹터의 역할 강화, 금융 규제, 투명성 개선, 안정성 우선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책의 초점이 이전지출이 아닌, 고용에 맞춰지길 원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등 위기가 심화하면서 ‘민스키 모멘트’가 금융 시장에서 자주 들리는 이때, 자본주의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볼 좋은 기회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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