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이주민이자 그들의 후손이다”
네안데르탈인 이동부터 오바마 사례까지
인류의 이동·이주, 이민의 세계사 조명
이민자 대한 태도 상황따라 변화 꼬집어
경제 성장기땐 ‘환영’ 침체기 오면 ‘혐오’
이주는 인류역사의 중심… 과소평가 안돼
이주하는 인류/샘 밀러/최정숙 옮김/미래의창/1만9000원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2011년 5월, 아일랜드 오팔리주 머니갤이라는 작은 마을에 VIP를 실은 헬리콥터가 나타났다. 곧이어 수많은 자동차들이 몰려들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부부가 외가 조상의 옛집을 방문한 것이다. 자신이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온 후손임을 확인한 오바마 부부는, 이어서 근처 펍에서 기네스 맥주를 마셨다. 오바마가 재선을 겨냥해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오바마는 흑인이고 이주민 출신이라는 자신의 유산에 대해서 종합적이고 설득력 있는 견해를 가진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자신을 흑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혼혈 유산 역시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견해는 첫 번째 대선 유세 중 했던 다음의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는 “인류사에서 이주의 역할은 과소평가되었으며, 간과되거나 오해를 받아왔다”며 역사 가운데 정지 상태, 정착 사회, 고정된 민족이나 국가 대신 이주, 민족 이동, 유동적 사회의 프리즘을 통해서 이동과 이주, 이주민의 세계사를 다룬다.
저자는 책에서 이주민을 받아서 나라가 부강해진 경우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스페인에 터를 잡은 무슬림 계열 우마미야 왕조는 고트족과의 통혼, 기독교인, 유대인, 바이킹까지 여러 인종을 받아들여 다양한 문화를 꽃피웠고, 열린 문화를 지향한 몽골은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한 대제국으로 발돋움했으며,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현재 세계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그렇다고 이주가 모두 유익하거나 삶을 풍요롭게만 해준 것 역시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아메리카 대륙을 찾아온 초기 유럽인 이주민들은 그곳에 질병과 죽음을 가져왔고, 일본과 미국, 뉴질랜드의 원주민들은 다른 곳에서 온 이주민에 의해서 소수자로 전락하기도 했다고.
그는 인류는 고대부터 실용적이든 실용적이 아니든 다양한 이유로 이동과 이주를 계속해 왔지만, 정주주의 세계에 살고 있어서 자주 그것을 잊는다고 지적했다. 인류는 수천, 수만 년 동안 지구의 거의 모든 곳으로 이주했고, 그것을 막으려는 온갖 시도에도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에게 이동과 이주는 운명이라고. 우린 모두 이주하는 인류라고.
“이주의 역사야말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촌인 유인원과 인류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주민과 이주민 후손으로서 우리의 역사가 모두의 공통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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