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우편을 보냈나…전국 방방곡곡 배송된 정체불명 국제우편물 [사사건건]
‘발신지: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
우편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누가, 왜, 우편을 보낸 것일까.
◆경찰 신고 3000건 이상…“위험물질 없어”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5시까지 6일간 전국에서 접수된 ‘수상한 국제우편물’ 관련 신고는 총 302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1976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고, 경찰은 나머지 1045건을 수거해 조사에 나섰다.
경찰·소방은 수거된 다른 우편물(오인 신고 및 단순 상담 제외)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했지만 화생방 관련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최근 해외배송 우편물 신고 사건 관련 관계기관 합동으로 테러 혐의점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테러와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조실은 “테러협박 및 위해 첩보가 입수되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어 테러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정보·수사당국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 해외 정보·수사기관과 함께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방과학연구소는 울산 장애인 복지시설 관계자들이 팔저림 증상 등을 호소해 미지시료 검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미시지료 분석은 성분이 불분명한 시료의 위험물질 포함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법인데, 해당 분석에서도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에 배송된 국제우편물이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인 것으로 보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한 뒤 수신자로 가장해 상품 리뷰를 올리는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리뷰나 구매량이 많은 제품을 선호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수법이다.
특히 우편물의 주소지가 2020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돼 논란을 일으켰던 우편물 발송지 주소와 같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브러싱 스캠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중국발 혹은 대만발로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되면서 미국에서는 중국발 ‘생화학 테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는 “현재까지는 브러싱 스캠 외 다른 행위로 볼 증거가 없다”고 일단락지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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