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세계에 서늘히 담긴 ‘현실’[책과 삶]
있을 법한 모든 것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268쪽 | 1만5000원
특수분장사인 ‘나’는 엄마가 지내고 있는 요양원에서 전화를 받는다. 여든일곱 나이에 인지저하증에 걸려 자식을 가끔씩만 알아보는 엄마가 옛 친구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친구가 ‘니니코라치우푼다’라는 이름의 정체 모를 외계인이라는 것.
‘나’는 공연, 영화계에서 분장팀으로 일해온 경력을 살려 엄마의 설명에 꼭 들어맞는 ‘니니코라치우푼다’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단편 ‘니니코라치우푼다’는 <파과> <네 이웃의 식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구병모 작가의 신작 소설집 <있을 법한 모든 것>의 문을 여는 작품이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이다. 중위 연령이 61세이고 일흔 노인이 아흔의 노인을 돌보는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이 배경이다. 주인공 ‘나’의 엄마는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익숙한 X세대다. X세대가 생을 마감할 즈음 요양시설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작가는 <있을 법한 모든 것>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지 모를 환상 속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기 얼굴을 본 사람은 언어 기능을 잃게 하는 존재의 이야기 ‘노커’, 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지나 현대에 이른 어른 화자의 회고를 통해 가부장제에서의 가족 의미를 고찰한 ‘에너지를 절약하는 법’ 등 6편을 묶었다.
구병모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 상상력은 흥미로운 세계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 이면을 서늘하게 비춘다. 쉬이 읽히지 않는 문장을 통해 ‘가독성 신화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의 결심은 <있을 법한 모든 것>에서도 이어진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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