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7. 28. 21:48
“어느 책에서나 형성되어 떠오르며 퍼지는 구름 속에 있는 게 좋다. … 책의 침묵 속에서,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긴 문장 속에서 늙어가는 게 좋다. 책이란 세상에서 동떨어졌으나 세상에 면한, 그럼에도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슭이다. 오직 책을 읽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이다.”
<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문학과 지성사) 중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에게 독서는 “삶을 향한 통로를, 삶이 지나는 통로를, 출생과 더불어 생겨나는, 느닷없는 빛을 더 넓게 확장”하는 행위다. 독자는 “두 지면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하늘을 나는 작은 양탄자’에 올라타서 바다를 지나고…수천 년을 건너뛰는 마술사”다.
독자는 또 ‘도둑’이고, 독서는 ‘소리 없는 절도’다. 책 제목은 로마인들이 도둑을 칭할 때 에둘러 쓴 라틴어 ‘fur’를 뜻한다. 옮긴이 송의경은 “도둑에게서 자신이 옹호하는 덕목인 단독성, 침묵, 어둠, 은밀함 등을 읽어낸다. 도둑의 속성에 담긴 ‘책을 읽는 사람’의 은유를 찾아낸다”고 풀었다.
책은 ‘독자’와 ‘글 읽기’에 관한 담론이다. 설명이 더 필요할까. 키냐르의 말이다.
“내게 바다에 대해 말하지 말라, 뛰어들라. 내게 산에 대해 말하지 말라, 올라가라. 내게 이 책에 대해 말하지 말라, 읽어라.”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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