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 제품 베낀 40m 대형 무인기 선보여
북한이 지난 27일 중국·러시아 방문단이 참관한 이른바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무인 정찰기와 무인 공격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용산까지 침투해 정찰하고 돌아간 북한 무인기는 날개 길이 2~3m의 소형이었지만, 이번에는 40m에 가까운 대형 무인기였다. 북한이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다양한 무인기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에서는 올 초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핵 어뢰 ‘해일’ 추정 무기도 포착됐다. 미국 본토를 사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7형’과 ‘화성 18형’도 등장했다. 북한 김정은은 열병식에서 이례적으로 연설은 하지 않고 주요 무기가 나올 때마다 좌우에 있는 중·러 대표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미·일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 결속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8일 공개된 조선중앙통신·TV를 보면, 김정은은 평양 김일성 광장의 주석단에서 중국 대표단 단장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다. 북 통신은 “새로 개발·생산되어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 무인 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 광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시위 비행했다”고 했다. 북한 TV는 무인기 1대가 실제 비행하는 모습도 방영했다. 영상에서는 공격형 무인기 4대가 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비행한 1대와 지상의 4대 등 최소 5대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무인 정찰기는 ‘샛별 4형’, 공격기에는 ‘샛별 9형’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각각 미군 고고도 무인 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중고도 무인 공격기 MQ-9 리퍼의 외관과 흡사했다. 이름도 ‘샛별’이란 것만 다르고 숫자는 동일했다. 북한이 미국 첨단 무인기를 단기간 복제할 수 있다는 걸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호크와 리퍼는 날개 폭이 각각 39.8m, 20.1m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호크는 20km 상공을 날며 지상 30cm 크기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고고도 무인기는 운용 시 위성이 필수이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북 무인기의 실효성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지난 5월 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는 등 아직 고고도 정찰기를 운용할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이번 대형 무인기들은 과시용으로, 아직 완전히 검증을 거친 단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지난 3월 24일 개발 및 시험 사실이 처음 공개됐던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도 등장했다. 국방연구원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해일 공개는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하는 미군과 유엔군을 핵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 의도가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 대북 확장 억제(핵우산) 강화 방안으로 이행된 미 전략핵 잠수함의 부산항 기항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병식 대열 마지막은 ICBM이었다. 화성 17형과 18형 등 ICBM 최소 5발이 포착됐다. 화성 17형은 액체 연료 기반으로 미사일 길이만 22~24m로 세계 최대급이라 ‘괴물 ICBM’이라고 불린다. 고체 연료인 화성 18형은 이보다 크기가 다소 작지만, 액체 연료처럼 주입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터널이나 숲에 숨어 있다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두 ICBM 모두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5000km로 뉴욕·워싱턴 DC까지 타격 가능하다. 김정은은 이날 중·러 대표단과 긴밀히 대화를 나누거나 인민군을 향해 손을 흔들 뿐 연설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딸 김주애도 등장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열병식 연출 의도를 한미 공조하에 면밀히 분석 중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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