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 “반정부 시위노래 금지할 권리 없다” 판결...정부에 제동

이유진 2023. 7. 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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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법원이 2019년 당시 반정부 시위대가 불렀던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홍콩에 영광을)'을 금지곡으로 지정하려 한 정부 신청을 기각했다.

글로리 투 홍콩은 2019년 8월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만들어진 작자 미상의 곡으로, 시위대는 이를 '홍콩의 국가(國歌)'로 불렀다.

외국 기술기업에 이어 홍콩 내부에서도 글로리 투 홍콩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이 기각되며, 반정부 시위를 지우려는 정부의 시도엔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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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노래한 '글로리 투 홍콩', 금지곡 지정 면해
법원 "표현의 자유 위축시켜" 법무부 신청 기각
'반정부 지우기' 제동..."정부, 유사 조치 반복할 것"
2019년 10월 홍콩 차터가든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시위대가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법원이 2019년 당시 반정부 시위대가 불렀던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홍콩에 영광을)’을 금지곡으로 지정하려 한 정부 신청을 기각했다. ‘표현의 자유’를 더 우선시해 정부에 제동을 건 것이다.


'표현의 자유' 손 들어준 홍콩 법원

2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법무부가 신청한 ‘글로리 투 홍콩’ 금지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기각했다. 이날 앤서니 찬 판사는 판결문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명령 위반을 우려해 해당 노래와 관련한 합법적인 행동도 삼갈 수 있다”며 금지 명령이 표현의 자유 훼손과 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리 투 홍콩은 2019년 8월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만들어진 작자 미상의 곡으로, 시위대는 이를 ‘홍콩의 국가(國歌)’로 불렀다. 이 노래에는 당시 시위대가 외쳤던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時代革命) 등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후 공공장소에서 시위대 구호를 외치거나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른 이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처벌받는 등 이 곡은 사실상의 금지곡 취급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6일 홍콩 법무부가 고등법원에 제출한 ‘선동적인 의도로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신청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선동적인 의도는 홍콩이 독립 국가임을 암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법무부는 시위대가 글로리 투 홍콩이 별명처럼 실제 국가로 오인되는 상황을 막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이 곡이 홍콩 국가로 여러 번 연주됐다. 중국 특별행정구인 홍콩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의용군 행진곡’을 사용할 뿐, 별도의 국가가 없다.

5일 홍콩의 민주 활동가 이반 램(가운데)이 반정부 활동을 하다 해외로 도주한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정부, 구글에 검색 결과 수정 요청도..."계속 시도할 것"

구글이나 유튜브 등 여러 정보기술(IT) 서비스에서도 ‘홍콩의 국가’를 쳤을 때 글로리 투 홍콩이 상단에 뜨자, 홍콩 정부는 구글에 검색 결과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부르는 별명을 따라 ‘홍콩의 국가’로 이 곡이 가장 많이 검색됐고, 관련 게시물도 많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구글은 반정부 시위 노래가 검색 시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는 홍콩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외국 기술기업에 이어 홍콩 내부에서도 글로리 투 홍콩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이 기각되며, 반정부 시위를 지우려는 정부의 시도엔 제동이 걸렸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에서 표현의 자유가 거둔 이례적인 승리다. 홍콩이 법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믿음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설사 글로리 투 홍콩에 대한 금지명령이 통과됐더라도, 구글 등 외국계 IT 기업들은 이를 무시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호를 들며 거부할 수 있다고 홍콩 법률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다를 수 있다. 류둥수 홍콩성시대 부교수는 블룸버그에 ”홍콩 정부는 법적 체계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우린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시도를 때때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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