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삭제 압박”... 트럼프 추가 기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부 기밀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27일(현지 시각) 추가 기소됐다. 지난달 트럼프는 퇴임 후 정부 기밀문서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 사저에 보관해 간첩법(Espionage Act)상 ‘국방 정보 고의 보유’ 등 7개 죄목 37건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날 ‘증거 훼손 시도’ 등 3건이 추가돼 혐의는 도합 8항목 40건으로 늘었다. 미국은 특히 수사 방해나 은폐 시도를 엄하게 처벌한다.
앞서 트럼프는 ‘성폭력 입막음’으로도 기소된 데다,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선동과 조지아주의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수사가 마무리 단계여서 향후 최대 4개 재판이 동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최근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 측으로부터 2020년 대선 불복 시도와 관련해서도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알리는 ‘표적 서한(target letter)’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날도 트럼프 변호팀은 워싱턴 DC에서 특검 측과 이와 관련한 협의를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트럼프의 추가 기소가 내년 대선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스미스 특검이 이날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변경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6월 22일 기밀문서를 쌓아둔 창고가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 1층 보안 카메라 영상을 제출하라는 대배심 소환장의 초안을 받았다. 다음 날 트럼프는 리조트 관리 직원인 카를로스 데 올리베이라에게 전화를 걸어 24분간 통화했다. 며칠 뒤 데 올리베이라는 리조트 내 보안 카메라 시스템을 감독하는 직원을 찾아가 서버에 영상이 얼마나 오래 저장되는지 물었다. 이 직원이 “45일쯤”이라고 답하자, 데 올리베이라는 “보스(the boss)는 서버가 삭제되기를 바란다. 이제 어쩌면 좋지?”라고 말했다. ‘두목’이라는 뜻의 ‘보스’는 정황상 트럼프를 가리키며, 트럼프의 지시로 영상 삭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삭제 요구를 받은 직원이 “그렇게 할 방법도 모르고 그럴 권리도 없다”며 거절해 실제 영상 삭제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에 특검은 트럼프에게 ‘증거의 변형·파괴·훼손·은닉 시도’ 혐의를 새로 적용했고, 타인과 공모해 수사를 방해한 ‘사법방해’ 혐의도 1건 추가했다. 직원인 데 올리베이라도 같은 혐의로 새롭게 추가 기소됐다.
미국에는 기소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대선 출마와 취임을 금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법적 문제 자체로 트럼프의 대선 도전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뉴욕 맨해튼 지검에 의해 성인물 배우의 성추문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건넨 뒤 이를 회사의 ‘법률 자문료’로 처리한 혐의로 첫 기소됐다. 하지만 40% 초중반대였던 그의 당내 지지율은 기소 후 오히려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트럼프는 이후 줄곧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내년에 접어들면 여러 건의 재판이 동시 진행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내년 1~6월 각 주를 돌면서 경선을 치른 뒤,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를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 예정이다. 그런데 뉴욕 맨해튼 지법에서 이뤄질 입막음 돈 사건 공판은 3월 25일,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서 이뤄질 기밀 유출 사건 공판은 5월 20일로 기일이 잡혀 있다. 외신은 “트럼프 측이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치면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 이후에 본격 재판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방 특검이 2020년 대선 불복과 관련해서도 트럼프를 기소하고, 조지아주 검찰도 기소 결정을 내리면 트럼프가 출석해야 할 재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의 대선 맞상대가 될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은 최근 취임 후 이룬 정책 성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와 대조되는 ‘안정감’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이날 “민주당은 바이든에게 트럼프의 법적 문제에 대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기소는 바이든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히 휘말리지 말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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