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잇슈] 양심 손님에 웃었던 무인점포‥'10대 절도범'에 결국 폐업 "이게 현실"
이곳은 서울 도심의 한 번화가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곳은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양심 손님으로 미담이 전해졌던 한 무인점포 가게였는데요.
하지만 최근 폐업 결정이 나면서 간판은 사라졌고, 내부는 텅 비어있게 됐습니다.
가게 주인이 영업 일 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게 어찌 된 사연인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무인점포 점주> "남 일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대낮이었어요. 가게 정리하려고 갔는데 키오스크 문이 덜컹덜컹하더라고요. 애들이 와서 한 시간에 걸쳐서 한 명이 드라이버로 뜯어서 현금 가져갔고, 나머지 두 명은 주위를 살피면서 망을 봤어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이후로) 사람을 못 믿게 되니까, 잠깐 가방 만지는 건데도 '어? 가방에 넣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든가…더 이상 운영을 하기가 어렵겠다."
이곳은 해당 업주가 운영하던 또 다른 무인점포인데요.
절도 피해를 입었던 가게는 이곳처럼 가게 내, 외부를 비추는 CCTV가 8대나 있었고요.
심지어 결제기기 부근에 동작 감지 센서가 있어서 업주에게 알람이 가는 기능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절도 피해 신고 이후였습니다.
절도범들은 약 일주일 남짓 만에 붙잡혔지만, 현금 80만 원을 비롯해 추정 피해 금액이 약 2백여만 원에 달했는데, 업주에게 돌아온 건 단 3만 4천 원이었습니다.
<무인점포 점주 남편>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소식이 없어서 직접 (법원에) 전화를 한 거죠. 이 사건은 소년부 사건이라 배상명령 신청할 수가 없다. '그럼 내용이라도 알려달라' 했더니 '알려줄 수 없다' 이렇게 된 거죠. 3만 4천 원 애들이 (쓰고) 남았다고 해서 (검찰 측에서 송금해 줬어요.)"
<김혜은/변호사> "소년 보호사건은 비공개가 원칙이라서 재판 결과를 피해자라고 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보상받기가 좀 어렵죠. (미성년자는) 책임능력이 인정 안 되기 때문에 미성년자 법정 보호자 상대로 소송 제기해야 하는데요, 문서 송부 촉탁 이란 걸 통해 (이름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보호자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가 없어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점주> "아침에 일어나서 가봤더니 난장판이 돼 있던 거죠. 벽돌을 들고 들어와서 막 부수더라고요. 저희 가게만 한 게 아니라 다른 가게도 하고, 건수가 좀 많았나 봐요. (경찰한테) 촉법 소년이라 처벌은 안 되는 거냐 했더니 일단 그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SNS에서 자물쇠 따는 게 유행이래요. 영상이 돌아다닌대요."
실제로 이같은 무인점포 절도 발생 건수는 지난해 6천여 건이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붙잡힌 절도범 약 1천 9백여 명 가운데 4분의 1, 25%가 미성년자였습니다.
10대들이 주로 이 무인점포를 표적 삼아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뭘까요?
<김영식/서원대 경찰학부 교수> "청소년들 같은 경우에는 (주로) 현금 거래를 하다 보니까 무인점포 결제기기에 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성취감, 동료 간의 공범 의식을 통해 가담하게 되고요. 지문이나 이런 게 아직 등록이 안 됐기 때문에, 수사하기가 곤란하죠. 본인들이 그런 것도 더 잘 알아요."
이렇게 무인점포가 절도범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면서 범죄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양심 거울을 설치해두기도 합니다.
<김유미/서울종암경찰서 생활안전계 범죄예방진단팀> "업주분들 반응이 양심 거울 붙이고 나서 청소년들의 소액 절도가 많이 줄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거든요."
일부 대형 편의점의 경우엔 보안성을 위해 최첨단 기술들을 (실증) 도입하고 있는데요.
매장 입구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QR코드를 제공 받은 뒤에 이렇게 찍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물건을 사고 나올 때는 사전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가 되는데요. 제가 주머니에 숨겨놓고 나온 천 원짜리 초코바가 곧바로 결제됐습니다.
제가 천 원짜리 초코바를 주머니에 숨겨 놓고 나왔어도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안에 있습니다.
물건을 집으면 제일 먼저 선반 센서가 무게 변화를 감지하고요, 천장을 보면 수많은 카메라들이 상품과 고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자본으로 창업한 무인점포 업주들에게 첨단 기술 도입은 쉽지 않은 얘기죠.
그래서 정부와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협업해 이런 골목 무인점포 대상으로 '출입 인증 시스템'이란걸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코로나 시기 방역 패스를 떠올리시면 되는데, 이렇게 출입인증 큐알코드를 받아서 찍고 입장하는 방식입니다.
도입 전후 범죄 예방 효과 분석을 위해 영등포구 내 무인점포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신청을 받고요, 약 170여곳을 추려서 무상으로 설치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동환/한국인터넷진흥원 디지털산업본부 단장> "자신의 개인 인증 정보가 상대방에게 전달이 됐다라는 부분은 범죄 예방 효과가 높을 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를 한번 검토하고, 소상공인분들에게 좀 더 확산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다만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질수록 매출 하락으로 직결될까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죠.
편리함을 위한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의 의도와 달리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인점포인데 업주가 24시간 감시를 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안 가이드라인이나 검거된 사례를 통한 청소년 교육 등 보다 현실적인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획: 김가희 -취재: 이채연 -영상 취재: 함동규 -편집: 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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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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