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송 관재’ 실토한 정부, 또 실무자 책임 묻고 덮지 말라
정부가 시민 14명이 숨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감찰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정부는 제방 관리·감독이 부실했고 경보 발령·신고가 다수 있었음에도 재난 유관기관들이 필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일하고 미흡한 대처가 겹쳐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이어진 관재(官災)라고 실토한 것이다. 정부는 이 책임을 물어 충북도·청주시·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충북경찰청·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 34명의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과실이 확인된 공무원 63명도 소속 기관에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100명에 이르는 공직자들이 참사 상황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정부 조사 결과는 재난 대응의 참담한 현주소를 드러냈다. 행복청은 시공사가 제방을 무단철거하고 부실하게 쌓은 걸 호우 전까지 그대로 뒀다. 충북도는 통제 기준이 충족됐는데도 지하차도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강 범람 위기를 통보받고도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 경찰은 112 신고를 두 차례 접수했는데 현장에 안 나가고 출동한 것으로 거짓 보고했다. 소방도 가용 인력과 장비 투입에 소홀했다. 한 기관이라도 제때 신속히 대응했다면 참사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각 기관 문책은 실무 담당 공무원에 무게가 실려 있다. 행복청장이나 충북도 행정부지사 등 정무직 고위 인사의 인사조치 요청도 ‘검토 사안’에 거론했으나 이들은 수사 의뢰 대상에 넣지 않았다. 정부가 고강도 감찰에 나서겠다고 한 데 비춰서는 층층이 ‘성역’이 있는 셈이다. 다수의 실무 담당자들이 손 놓고 뭉갠 것은 일벌백계할 문제이나, 그걸 일선의 잘못만으로 간주할 게 아니다. 왜 실무 인력들이 방재직에서 떠나려고만 하겠는가. 기관마다 대응 시스템이 무너진 근본 원인을 찾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재난 대응체계 붕괴는 리더십 부재에서 기인한다. 지휘·감독하고 의사결정하는 윗선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실무자들만 무거운 책임을 떠안고, 재난 대응체계는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확연해진 현실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탄핵 기각 후 업무에 복귀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지시사항이 현장에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현장에 책임을 돌리는 식이라면 재난 대응체계도 일선에서 알아서 세우라는 것인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지우는 것이 재발 방지책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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