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교류·협력 완전 형해화, ‘통일부’ 이름 바꿔라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 조직 축소에 나섰다. 1급 간부 5명의 사직서도 받았다. 남북 대화·교류·협력을 담당하는 교류협력국, 개성공단을 관장하는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남북회담본부 등 4개 조직이 국장급 조직 1개로 통폐합된다. 산하 조직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해산도 추진한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이미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모두 남북 접촉과 인도적 교류, 경협을 맡은 조직들이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28일 “조직개편을 통해 인원도 산출됐다”며 80명이 좀 넘는 선에서 인력 축소·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과 정보 분석 조직은 강화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다”라고 한 지 4주 만에 ‘대북압박부’로의 탈바꿈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조직개편은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명시한 헌법 정신에 반한다. 통일부 업무를 ‘통일 및 남북 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로 규정한 정부조직법과도 배치된다. 문 차관은 “조직의 유연성·효율성을 갖는다는 차원에서 통폐합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정도로 조직·인력을 축소하면 대북 교류·협력 사업은 완전히 형해화할 수밖에 없다. 통일부라는 부처 이름을 유지하기에도 무색할 정도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영호 장관 임명도 강행했다.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자 재송부 요구 후 임명 절차를 밟았다. 주지하듯 김 장관은 “김정은 타도” “자체 핵무장”을 주장한 ‘극우 유튜버’였다. 평화적 통일정책을 짜고 이끌어야 할 통일부 수장으로는 부적격이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막히고 강 대 강 대치만 격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우발적 충돌을 막고 대화의 전기를 찾는 게 절실하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냉전적 사고에 빠져 북한을 자극하고 적대·갈등만 부추기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한반도에 평화를 쌓는 일은 진영이나 이념을 초월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북한 시민 모두의 책무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 축소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북한과의 대화와 인도적 교류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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