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간염의 유형
만성 진행률 높은 ‘B형’ 60% 최다
‘A형’은 오염된 물·음식으로 발생
난공불락 ‘C형’도 치료제 개발
8~12주 복용하면 99%까지 완치
7월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간염의날’이다. 간염은 이름 그대로 간에 생긴 염증 때문에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1965년 간염 관련
바이러스 처음 발견
B형간염 바이러스로 명명
바이러스가 원인인 간염은 유형에 따라 A·B·C·D·E형으로 나뉘는데, 그중 B형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A형, C형 등의 순이다. 1965년 간염과 관련된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는데, 이것에 B형간염 바이러스란 이름이 붙었다. 그 뒤 1973년 A형, 1989년 C형 등 다른 바이러스가 차례로 발견됐다.
간염은 그 자체로도 건강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질환이지만 간경변증과 간암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A형간염,
한 번 앓고 나면
재발 않고
평생 면역 유지
국내에선 간암 발생 원인 중 약 4분의 3이 간염이다. B형간염이 약 60%, C형간염이 약 10%로 알려져 있다. B·C형의 비율이 높은 것은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급성 A형간염은 한 번 앓고 나면 재발하지 않고 평생 면역이 유지돼 만성간염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반면 급성 B형간염은 5~10%가, C형간염은 70~80%가 만성으로 진행된다. 특히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약 3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C형간염의 만성화율이 높고 경과 또한 상대적으로 더 나쁜데, 간암 환자의 원인 중 B형간염 비율이 더 높은 것은 감염 인구 규모에서 큰 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구는 2억9000만명으로 C형간염(5800만명)의 5배나 된다. 국내에서도 B·C형간염 유병률은 각각 2.7%, 0.6% 수준이다. 이단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6개월 이내 급성 간염을 앓은 뒤 완전히 회복되지만 5~10%는 만성으로 진행한다”며 “만성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감염 당시 연령으로, 신생아는 90% 이상, 성인은 5% 정도가 만성간염이 된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경로도 서로 다르다. A형간염은 주로 오염된 물과 음식 등을 섭취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B형간염은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 분비물로 전염될 수 있고, 음식물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C형간염도 주로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염되며,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다만 증상은 이들 유형의 간염에서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나기도 한다. A형간염에 걸렸을 경우에 어린이는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지만, 성인은 심한 피로감, 구역,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B형간염 역시 전신쇠약감과 피로감, 무력증에 황달과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나타난다. C형간염은 급성일 때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피로감과 발열, 황달, 소화불량,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A형과 B형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있어서 의료계에선 접종을 통한 효과적인 예방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20~40대가 A형간염에 가장 취약한데, 과거보다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어린 시절 A형간염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 항체 보유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다.
B형간염은 산모와 태아 간의 수직감염이 주된 감염경로 중 하나여서 보다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는 백신과 함께 면역글로불린을 같이 주사하도록 하고 있는데 접종을 제대로 완료해도 3~12% 정도는 수직감염이 발생한다. 이단비 교수는 “B형간염 임산부는 간기능이 양호하더라도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높으면 임신 후반부에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 수직감염 발생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약 3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
반면 C형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혈액으로 감염될 수 있는 주사기·면도기 등의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 외에 뚜렷한 예방법이 없다. 대신 C형간염에 대해선 최근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됐다. WHO는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C형간염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C형간염은 만성화율이 높고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간세포와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조기부터 적극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단비 교수는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C형간염은 치료를 위해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를 6개월 또는 1년 동안 투여해야 했고, 그마저도 치료 성적이 좋지 않은 데다 부작용도 빈번히 발생했다”며 “최근에는 경구용 치료제로 8~12주의 단기간 치료를 통해 98~99%의 바이러스 완치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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