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청소년들 오는데 곳곳 '뻘밭'…낮에는 폭염, 밤에는 벌레 '비상'

박재현 기자 2023. 7. 2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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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의 4만 명 넘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스카우트 잼버리가 다음 주 전북 새만금 매립지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개막이 코 앞인데도 여전히 곳곳이 뻘밭이고, 낮에는 더위, 밤에는 벌레가 걱정입니다.

현장을 박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북 부안군 새만금 매립지에 마련된 잼버리 부지.

여의도 면적의 3배 규모입니다.

150여 개국 청소년 4만 3천여 명이 다음 달 1일부터 12일간 이곳에서 야영 대회를 합니다.

야영장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장마가 끝났지만 여전히 곳곳에 물웅덩이가 보이고, 신발이 진흙탕에 빠져 벗겨지는 곳도 있습니다.

매립지 조성 당시, 농지 기준에 맞춰 기울기 없는 평평한 땅을 만들어놔서 배수가 어려운 겁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야영장 바닥에 플라스틱 팔레트 10만 개를 깔기로 했지만, 대회 기간 비가 오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잼버리 야영장 인근 주민 : (평소에도) 많이 고여 있긴 했어요. 비 오고 그러면….]

다음 주 폭염도 큰 걱정거리입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매립지 한가운데서 청소년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천막, 그리고 수증기가 분사되는 덩쿨 터널뿐입니다.

이곳은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설치된 텐트입니다.

저희가 10분 동안 온도계를 이곳에 놔뒀습니다.


35도가 측정됐습니다.

폭염 대피 계획이 있긴 한데, 갈 수 있는 곳이 12km 떨어진 공원과 실내체육관, 부암댐 등 7곳으로 멀고, 또 부족합니다.

밤에는 벌레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밤이 되자 이곳은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모기들과 날벌레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1시간 동안 포충기를 가동해봤는데요.

보시다시피 벌레들로 이 통이 가득 찼습니다.


잼버리 조직위는 야영 도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뿐 아니라, 온열질환, 벌레 물림 등으로 하루에 환자가 430여 명 발생할 걸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잼버리 부지 내 병원에선 간단한 처치 정도만 가능한 상황,

[정부 관계자 : 거기서 쉬고 타박상 정도 치료해주고, 진찰 정도 하는 그런 개념이에요. 병원이라고 해서 병원 시설이 아니에요.]

가까운 연계 병원까진 차로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고, 헬기로 가야 15분 안에 이송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개막까지 이제 나흘 남았는데, 480억 원을 들인 잼버리 메인 센터 건물조차 공사 마무리가 덜 된 상태로 손님들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현장 노동자 : 심란해요. 애들은 어쩌려나. 망신 안 당하려나 모르겠어요.]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엄소민)

---

<앵커>

박재현 기자와 이야기를 더 나눠보겠습니다.

Q. 대회 유치한 지 6년, 준비 안된 이유?

[박재현 기자 : 이게 6년 전부터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중간에 코로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있다 보니까 대회 규모나 개최 여부가 좀 예측하기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까 준비가 늦어졌던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침수 문제는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계속 제기가 되었던 사안입니다. 그래서 이것에 대비하지 못한 정부나 조직위가 비판을 피하기는 좀 어려워 보입니다. 리포트에 설명드린 잼버리 메인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잼버리는 다음 달에 끝나는데 잼버리를 위한 메인 센터의 총공사가 내년이나 마무리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당국은 바다를 매립하기 전에 잼버리 장소가 이미 정해졌고 그러다 보니까 인허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런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기관들을 들여다보니까 여가부, 국토부의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 농어촌공사 같은 이 내로라하는 정부기관들과 지자체입니다. 조금 더 유기적으로 협조를 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Q.. 나흘 뒤 대회 시작…정부 대책은?

[박재현 기자 : 네, 정부는 배수로 공사나 부지 정비, 전기·수도 공사를 이번 주말까지는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희가 현장을 둘러보았을 때 가장 시급해 보이는 건 폭염 대책입니다. 저희가 위기상황 대응 매뉴얼을 살펴보니까 폭염 시에는 그늘에서 쉬고 얼음물을 제공한다 정도의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폭염과 열대야가 행사 내내 이어질 예정이어서 참가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대책 재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황지영)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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