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신림 흉기 난동' 추모 공간…남은 상인들[현장]

임철휘 기자 2023. 7.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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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신림 흉기 난동' 현장.

관악구청과 인근 상인 등에 따르면, 이곳 추모 공간은 이날 오전 5시께 신림동 상인회가 철거했다.

인근 상인들은 추모 공간이 만들어진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시민들의 '모금 활동' 등 '추모 악용'이 철거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상인들은 추모 공간을 통해 사건 당시를 매번 상기하는 게 고통스럽다고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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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벽, 신림 상인회가 추모 공간 철거
"'추모 악용'이 상인들 모욕으로 느껴져"
"현장보며 당시 매번 회상하는 것도 고통"
[서울=뉴시스] 임철휘 기자 =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길 초입에 마련됐던 '신림 흉기 난동' 피해자 추모 공간이 철거됐다. 2023.07.28. f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신림 흉기 난동' 현장. 사건 직후 마련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던 추모 공간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차려둔 공간이었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수십 송이의 조화와 간식 등이 초록색 테이프로 둘러진 공간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에는 이 공간이 흔적 없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피해자의 지인이 이곳 벽에 붙이고 간 것으로 보였던 "아침에 술 마시러 올 거냐고 물어봤잖아. 술자리 고민했다며…바프(바디 프로필) 끝나서 얼굴 보자며", "우리 막내, ○○형이야. 술 한번 먹었어야 하는데…" 등이 적힌 포스트잇도 사라졌다.

관악구청과 인근 상인 등에 따르면, 이곳 추모 공간은 이날 오전 5시께 신림동 상인회가 철거했다.

인근 상인들은 추모 공간이 만들어진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시민들의 '모금 활동' 등 '추모 악용'이 철거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만취한 이들이 추모 공간을 지나며 행패를 부려 추모객, 상인들과 갈등을 빚은 적도 여러 차례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부동산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우리가 만들지도 않은 모금함을 만들고 이걸로 누군가가 돈을 벌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따졌더니,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돈 좀 벌게 해달라'고 했다더라"며 "상인들을 모함하려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사업장을 운영하는 B씨는 "(모금함을 설치했던 시민이) 경찰 조사를 받고 몇 차례 훈방되더니 자신감이 생겼는지 며칠 전에는 가게 앞에 상인들에게 경고하는 종이를 붙이고 갔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무섭고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해당 종이에는 "상인이나 집주인은 주변에 선을 행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해코지당한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도둑의 눈에는 도둑만 보인다"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유족 동의 없이 모금함을 갖다 놓은 60대 남성을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서울=뉴시스]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길 초입에 마련됐던 '신림 흉기 난동' 피해자 추모 공간이 철거됐다. 사진은 인근 상인이 제공한 '모금함' 설치 시민이 가게 앞에 붙인 종이. (사진= 신림동 상인 제공)2023.07.28. f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근 상인들은 추모 공간을 통해 사건 당시를 매번 상기하는 게 고통스럽다고도 토로했다.

A씨는 "사건 직후 매일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을 먹고 있다"며 "지금도 검은색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가게로 들어오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엔 익명의 메시지나 전화가 와서 조선의 생김새 등을 묻기도 했다"며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이번 사건이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C씨는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니까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지금은 추모 공간을 안 보려고 멀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주민과 상인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신림역 일대 방범 활동을 강화했다. 경찰은 당곡지구대 순찰 범위를 신림역까지 확대하고 신림역 인근에 신림지구대 순찰차 2대를 거점 배치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현장 인근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공간은 사건 발생일인 21일부터 일주일인 27일까지 운영한다.  2023.07.26.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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