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경련 회장대행 "4대 그룹 재가입, 데드라인 없어"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 재가입과 관련해 "데드라인(마감기한)을 정해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28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일본 경제동우회와 만찬 감담회에서 '4대 그룹 재가입 검토에 대한 데드라인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데드라인을 정해놨다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냐"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은 이달 초 4대 그룹에 재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4대 그룹 재가입 여부에 대해 김 대행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대행은 "4대 그룹 재가입 문제가 아니라 많은 기업이 전경련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계획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자꾸 그것만 물어보는데 많은 기업이 어떻게 전경련과 함께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경련은 단체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재계 싱크탱크(자문역할)에 무게를 둔 혁신안을 추진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이날 현장에 참석했지만 전경련 재가입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정 회장은 '4대 그룹 재가입을 검토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정 회장은 행사장을 찾은 양국 경제인들과 명함을 주고 받고 대화를 나누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촌지간인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행사에 참석해 한일 경제인들과 교류했다.
김 대행은 전경련 차기 회장 인선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경련은 다음달 총회에서 혁신안을 의결하고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김 대행은 올해 초 직무대행직을 맡으면서 오는 8월까지만 임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이날 기자의 질문에 "많은 분들의 추천이 있다"며 "다음달 총회에 올려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일 양국 재계 관계자들이 협력을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김 대행은 만찬 간담회에 앞서 한국에서 일본회사 위스키가 인기를 끌어 품귀현상을 빚었고 일본에서 한국산 화장품 점유율이 높아진 사례를 언급했다. 현장에 있던 한일 경제인들은 웃음을 보였다. 김 대행은 "소비재 교역이 확대될 수록 국가 브랜드도 함께 재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말로 환영사를 진행했다. 신 회장은 "영어로 준비를 했는데 통역이 없다고 해서 한국말로 하겠다"며 "오늘 같은 자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번 일본 경제동우회 방한에 가교역할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니이나미 다케시 회장(산토리홀딩스 대표)을 단장이 신 회장에 대해 "형님 같은 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일 공급망 강화와 핵심자원 공동개발, 제3국 합동진출 등이 논의됐다. 양국 경제인들은 구체적인 협력 사례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해 7월 한국의 롯데케미칼과 일본의 이토추 상사는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암모니아 분야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포괄적 업무협력(MOU)을 체결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건배사에서 "한일 관계가 새롭게 도약했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첨단산업의 공급망 안정과 제3국 공동 진출 등 한일 경제계 협력을 요구했다. 이 장관은 축사를 통해 "세계가 직면한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긴밀히 연대해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여러분들에게) 오늘 이자리가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한번의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경련은 일본 경제단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3월과 지난달 게이단렌과 한일산업협력포럼을 양국에서 한차례씩 개최하면서각각 10억원을 출연해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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