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주석단에 북중러 '화기애애'…김정은, 애국가에 눈시울(종합)
광장에 대형 '승리기념상' 눈길…리설주·김주애는 불참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지연 기자 = 북한이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27일 밤 개최한 열병식은 화려한 무대 장치를 배경으로 북중러 연대를 한껏 과시한 무대였다.
김일성광장 주석단 중앙에 자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좌우에 러시아·중국 대표가 나란히 자리하고, 거수경례를 하거나 박수를 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 북한의 전략 무기 행렬을 함께 지켜봤다.
주석단에 북중러 집결…김정은 양옆엔 중국·러시아 대표
광장을 바라보고 김 위원장 오른쪽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왼쪽에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이 자리했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는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가 뒷배가 돼 든든히 엄호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열병식 본행사에 앞서 외빈 소개에서 쇼이구 장관이 리홍중 부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됐다. 북한은 러시아어와 중국어로 먼저 두 사람을 소개하는 등 한껏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가까이서 긴밀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리훙중 부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여러차례 포착됐다.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은 열병식 말미에 ICBM 화성-18형이 주석단 앞을 지나가자 거수경례로 경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의 의도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의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하고 있음을 외부에 보여준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규탄 안건이 회의에 올라올 때마다 어김없이 북한을 감싸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무력화하고 있다.
주석단은 북·중·러 3국 고위인사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쇼이구 장관과 리훙중 부위원장 외에도 북한에 주재하는 러시와 중국의 외교대표들이 자리했다.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도 자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선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북한군 총정치국장, 박수일 북한군 총참모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 군부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김정은, 애국가에 눈시울 촉촉…리설주·주애는 불참
식전행사부터 열병식까지 전체 행사는 3시간20분 가량 진행됐다. 오프닝 때부터 사방에 설치된 조명에서 쏟아진 형형색색 불빛이 광장을 뒤덮었고, 오색 불꽃이 평양의 밤하늘을 수놓는 등 화려한 무대가 연출됐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김일성 광장에 새로 세워진 초대형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상'이었다.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있는 승리상과 판박이로,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기념상에는 '위대한 년대에 경의를 표한다'는 김정은의 친필 문구가 새겨져 있다. 1950년대 전쟁시기를 '위대한 년대'라고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애국가 제창 순서에서 눈시울이 촉촉해진 김정은이 이따금씩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따라부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쟁 승리를 축하하는 '전승절' 열병식 무대인만큼 대열의 맨앞은 6·25전쟁에서 활약한 노병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선두차량에 선탑해 전쟁 당시 부대들을 상징하는 대열을 이끌고 줄줄이 입장하는 것으로 시선을 붙잡았다. 행렬의 선두는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를 든 '지휘관상징종대'의 몫이었다.
6·25참전부대에 이어 지금의 북한군 주요 부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마지막은 최근 열병식이 항상 그러했듯 ICBM이 맡았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나 딸 김주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열병식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직전 2월 열병식에는 두 사람 다 참석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옆에선 현송월 당 부부장이 주석단 입장부터 퇴장까지 내내 보좌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3시간이 넘는 행사 내내 주석단에서 선채로 열병식을 지켜봤다. 또 행사가 끝나고서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며 군중을 향해 환하게 웃고 손을 들어 인사했다. 육안상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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